[기자수첩] 형이 되고 싶은 CEO들, 삐끗하면 오히려 독

정민하 기자 2021. 6. 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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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진이 형, 용진이 형, 머스크 형 이름 뒤에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형이 붙은 기업 오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후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댓글에서는 그를 '용진이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용진이 형이라는 별명처럼 인스타그램에 가족사진을 올리는 등 소탈한 행보로 인기를 얻었는데, 수위가 아슬아슬한 욕설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을 패러디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문구를 반복해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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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진이 형, 용진이 형, 머스크 형… 이름 뒤에 회장이라는 직함 대신 형이 붙은 기업 오너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본래 유명인의 이름에 형을 붙이는 유행은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팬들이 그를 ‘날두형’이라고 부르면서 시작됐다. 동경하는 대상을 친근하게 표현하는 방법이었던 셈이다.

‘택진이 형’이라는 별명 역시 그렇게 생겨났다. 자수성가한 기업가로 꼽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NC다이노스를 창단하고 직접 경기를 보러 가는 등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기로 유명하다. 경기장에서 NC 팬들의 사진 촬영 요구에 흔쾌히 응하는 등 친근한 면모로 ‘택진이 형’으로 불리기 시작했는데, 이후 게임 리니지 광고에 택진이 형으로 직접 등장하면서 이 애칭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형이라 불리는 기업 총수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한 지난 2월 음성 채팅 소셜미디어(SNS) ‘클럽하우스’에 출연해 자신을 “용진이 형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말했다. 이후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댓글에서는 그를 ‘용진이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멀게 느껴지는 ‘회장’ 대신 ‘형’이라는 친근한 이미지의 오너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호감을 키운다. 그러나 최근 이 ‘형’들을 보면 형 마케팅의 한계가 드러나는 모양새다. 김택진 대표는 올해 초 게임업계 확률 파동과 불성실한 고객 응대 등 엔씨소프트에 대한 불만이 커졌을 때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아 비난을 받았다. 택진이 형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는 오히려 독이 됐다.

정용진 부회장을 두고도 ‘너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용진이 형이라는 별명처럼 인스타그램에 가족사진을 올리는 등 소탈한 행보로 인기를 얻었는데, 수위가 아슬아슬한 욕설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을 패러디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문구를 반복해 비난을 받았다. 인스타그램에는 ‘주주를 생각하면 그만 하세요’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외국인 형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한때 정 부회장처럼 활발한 SNS 활동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는 곧 테슬라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현재 ‘머스크 형’은 테슬라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 올 초 1000달러 돌파를 코앞에 뒀던 테슬라 주가는 600달러까지 곤두박질쳤고, 회사 내부에서는 통제 불능 CEO에 대한 반발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이 아닌 ‘형’이 정말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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