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도 막장 드라마 많이 썼죠"

이향휘 2021. 6. 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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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코리올라누스'로 연극무대 돌아온 양정웅 연출가
파격적인 흑백 무대로
혼돈의 로마 정치상황 표현
"캐릭터들이 메타버스에서
연극 공연하는 세상 올것"
양정웅 연출가가 LG아트센터에서 셰익스피어 비극 `코리올라누스`를 설명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왜 또 셰익스피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대중적이에요. 막장드라마도 많죠. 사실 햄릿도 '펜트하우스' 뺨치는 막장이잖아요. 삼촌이 형을 독살해 형수와 결혼하는 얘기니까. 오셀로 이아고처럼 매력적이고 다층적인 캐릭터도 많고요. 작품마다 새롭고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죠."

2018년 평창올림픽 개막식 연출로 호평을 받은 양정웅 연출가(53)의 입에선 셰익스피어 예찬이 끊이지 않았다. '햄릿' '한여름밤의 꿈' '리어왕' 등 셰익스피어 작품만 9번째다. 최근 5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그의 손엔 셰익스피어 비극 '코리올라누스' 대본이 들려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비극이다.

코리올라누스는 BC 5세기 로마 집정관에 추대되자마자 민중에 탄핵당한 인물이다. 원래 이름은 가이우스 마르키우스다. "캐릭터가 강렬해요. 로마를 구한 전쟁 영웅이지만 민중에 버림을 받고 조국에 복수하려다 살해당하는 인물이죠. 오만함이 지나쳐 민중과 소통하지 못하고 사랑을 얻지 못하죠.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된 그는 어찌 보면 외로운 현대인의 원형이기도 해요."

주인공 역엔 영국 왕립연극학교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남윤호가 캐스팅됐다. 다음달 3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실엔 웃통을 벗은 배우들이 마치 영화 '스파르타쿠스'처럼 육탄전을 벌인다.

"로마 시대 평민과 귀족의 극단적 대립을 묘사하기 위해 무대에서 모든 색을 빼고 흑백으로 채울 예정이에요."

고대 로마나 2000년이 지난 지금이나 양 극단으로 나뉜 세대 갈등, 정치 갈등을 표현하기 위한 디렉션이다. 원작에 충실하되 무대는 현대 벙커에 둘러싸여 소외와 고립을 표현한다. 토가 의상 대신 군대 의상을 입히고 영상통화, 권총 등 현대적인 소품이 등장한다.

무대에 복귀하기 전 어릴 적 꿈인 영화감독으로도 데뷔했다. 엑소 찬열이 주연을 맡은 음악영화 '더박스'를 지난 3월 내놨다. 양우석 감독의 '당신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을 영화로 각색·연출할 예정이다. 영화와 연극 무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연극은 어디 나가지 않고 극장 무대 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관객과 호흡하죠. 연출이 만들지만 배우가 돋보이는 예술이에요.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죠. 감독이 편집을 하니까. 영화는 또 로케이션의 묘미가 가장 크더군요." 그는 1986년 영화 '젊은밤 후회없다' 단역으로 연극보다 영화 배우로 먼저 데뷔했다.

"부모님이 작가여서 어릴 적부터 미술, 음악을 자연스럽게 향유하는 문화였어요. 장르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요. 올림픽을 치르면서 미디어아트와 메타버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얼리어답터'답게 요즘엔 메타버스에 꽂혔다. 공연계 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메타버스 안에서 캐릭터들이 연극을 관람하고, 또 연기를 하는 세상이 올 거예요. 웹에서 스타가 되는 게 더 중요해지는 시대죠. 현실 세계보다 더 많은 사람을 웹에서 보고 만나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전통적인 연극의 시대가 저물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코로나 와중에도 공연계는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공연마다 좌석이 거의 만석이다. "여전히 썰렁한 영화관에 비해 극장엔 관객이 다닥다닥 붙어서 뮤지컬과 연극을 보더군요. 아날로그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큰 것 같아요. 특히 안 보면 미치는 충성관객 덕분이기도 하죠." 그는 K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이야기를 좋아한다. 드라마 없으면 못사는 사람들"이라며 웃었다. 연극은 7월 3일부터 15일까지.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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