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의 재부상에 우파는 "칠레수엘라"

한겨레 2021. 6. 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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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서 라틴아메리카에서 한동안 좌파 물결이 거셌다.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시작으로 브라질이 2003년, 볼리비아와 칠레가 2006년, 에콰도르와 아르헨티나에서 2007년 등 좌파 정권이 잇따라 집권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좌파의 시대가 다시 올까? 한때 지나가는 집권보다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변화를 입증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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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 칼럼]

[통신원 칼럼] 김순배ㅣ칠레센트랄대학교 비교한국학연구소장

2000년대 들어서 라틴아메리카에서 한동안 좌파 물결이 거셌다.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시작으로 브라질이 2003년, 볼리비아와 칠레가 2006년, 에콰도르와 아르헨티나에서 2007년 등 좌파 정권이 잇따라 집권했다. 당시 일부는 ‘아메리카 민중을 위한 볼리바르 대안’(ALBA)을 구성해 협력하며 새로운 길을 찾았다. 2013년, 차베스의 사망과 함께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라틴아메리카에서 좌파의 새로운 부상이 주목받고 있다.

페루 대선에서 주요 산업 국유화 확대 및 대규모 증세 등을 내건 급좌파 성향의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가 결선 투표에 오른 뒤 관심이 쏠렸다. 그는 우파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브라질에서는 차베스와 함께 좌파 바람을 상징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내년 10월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에서는 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앞으로 특히 주목할 선거는 오는 11월 칠레 대선이다. 공산당 소속의 다니엘 하두에 구청장이 후보 지지도 1위를 다투고 있다. 보수적으로 꼽히는 칠레에서 공산당은 그동안 소수정당에 머물렀다. 하지만 2019년 말 대규모 시위와 최근의 변화는 칠레가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신화를 깨뜨렸다. 공산당 소속이지만 후보 개인의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 좌파 연합후보로 나서면 당선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 5월 제헌위원 선거에서 기성정치 세력의 참패와 무소속 돌풍이 몰아쳤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국가의 역할을 확대하는 더 과감한 변화를 원하고, 좌파의 노선과 닿아 있다.

칠레는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이 1970년 선거를 통해서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한 나라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일으킨 쿠데타의 상처가 남아 있다. 그 쿠데타의 구실이 된 게,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의 공작까지 겹쳐진 사회적 혼란이었다. 경제위기에 따른 대혼란과 쿠데타, 그 이후의 독재와 인권탄압은 기성세대에게 공포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에 우파는 “칠레수엘라”를 우려하며, 10년 가까이 구청장을 지낸 그와 공산당을 상대로 ‘빨갱이’ 공세를 시작했다. 우파 프란시스코 차우안 상원의원은 최근 “극좌파 붉은 쓰나미”를 막아야 한다고 공격했다. ‘모르는 악마보다는 아는 악마가 낫다’는 속담처럼, 중도층에서 하두에 대신 우파 후보를 찍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래서 공산당 진영은 “국유화 물결이나 아옌데의 모델을 다시 이행할 생각을 누구도 하지 않고 있다”고 안심을 시키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에서 떠올랐던 좌파는 나름의 의미 있는 시도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안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오히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베네수엘라는 실패의 사례가 되고 말았다. 페루에서 후지모리 후보와 지지자들은 ‘페루가 베네수엘라처럼 되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카스티요 후보를 공격했다. 심각한 빈곤과 불평등, 마약과 범죄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구조적 문제다. 하지만 좌파 역시 안정된 국가발전의 기틀을 새로 놓지 못한 책임을 기득권 세력의 저항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게다가 여러 좌파 지도자들은 장기집권을 위해서 헌법까지 뜯어고쳤고, 부정부패 혐의로 재판대에 섰다.

좌파와 우파를 떠나, 누가 코로나 위기로 더욱 절박해진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느냐가 중요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좌파의 시대가 다시 올까? 한때 지나가는 집권보다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변화를 입증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세력으로 자리 잡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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