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비교임상 허용했지만..정작 수출엔 역효과 우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백신 개발업체들을 위해 '비교임상방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내수용 백신을 위한 국내 기준에 불과해 업체들이 임상 3상 진행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교임상을 택할 경우 백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지만 일반 임상과 달리 '수출길'이 막히는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COVID-19) 백신 개발사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31일 마련한 비교임상 가이드라인에 따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임상 1/2상 외에도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비교임상방식 가이드라인'은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기존에 허가받은 백신과 효능을 비교해 비열등함을 입증하는 방식이다.
식약처가 공개한 '비교임상방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신 후발주자인 국내 백신기업들이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의 효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백신 개발에 소용되는 비용과 개발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된다.
기본적으로 같은 플랫폼기술로 개발된 백신끼리 비교임상을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비교임상방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새로 개발하는 백신의 대규모 임상(2만~4만명)을 일일이 진행하지 않아도 임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식약처는 안전성 검증을 위해 최소 임상 규모를 3000명으로 잡고 이중 최소 10%는 국내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백신 개발상황은 '속도전'에 가깝다. 24일 현재 1515만명이 1차 접종을 마친 상황으로 국내 인구의 29.5%가 접종을 마쳤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라 9월 이후가 되면 국내에서 백신 임상시험 참여자를 확보하는 것이 현재보다 훨씬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임상 3상 착수가 4분기 이후가 되면 사실상 국내보다는 글로벌 임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셀리드는 비교임상 대상으로 같은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의 백신인 얀센을 선택했다. 플랫폼 뿐 아니라 단회 접종으로 유사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아직 얀센 백신을 대조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얀센 측과의 백신 공급계약 수정이 이뤄지지 않아 3상 착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 역시 자사가 개발중인 백신과 동일한 플랫폼 기술인 노바백스 백신을 비교대상 백신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노바백스는 단백질 재조합(합성합원)방식의 플랫폼 기술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지만 현재 해외 규제기관의 허가 신청이 오는 9월 정도로 연기된 상태라 임상 진행 일정에 변수가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3분기 내 임상 착수를 목표로 하고 있는 두 회사는 비교임상 진행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진원생명과학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의 비교임상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허가 받은 백신 중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중화항체가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비교임상이 좀 더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 칼베 파르마와 공동으로 현지에서 글로벌 임상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내 식약처가 인정한 비교임상으로 개발된 백신의 경우 해외 수출 시 임상 데이터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외 규제당국에서 백신 비교임상 데이터를 인정받기 위해선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면역대리지표(ICP)를 확립해야 하는데 코로나19의 ICP는 아직 논의 초기단계에 머무르는 상태다.
ICP는 백신의 면역원성과 방어효과 사이의 상관성을 분석해 나온 중화항체가로, 백신의 효력을 인정하기 위해선 이 데이터와 함께 중화항체를 추출하는 표준검사법도 마련돼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WHO ICP가 나오기 이전까지는 비교임상 데이터가 국제적 인정을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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