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따고 논두렁 걷고..농촌체험이 치매 개선"

글·사진 이삭 기자 2021. 6. 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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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치매치유농장' 가보니

[경향신문]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더자람원예교육농장에서 지난 23일 오전 치매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이 꽃을 따고 있다.

지난 23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남일면 더자람원예교육농장. 분홍색 밀짚모자를 쓴 A씨(86)가 “아이고 여기 오니까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증 치매 증상을 보이는 A씨는 다른 노인들과 이곳에서 치매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은 네 번째 수업으로 보호자 2명과 A씨를 포함한 경증 치매 노인 3명 등 5명이 청주 서원보건소 치매안심센터의 도움으로 이 농장을 찾았다.

이날 농장에서는 ‘식용꽃을 넣은 식초 만들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재료 마련을 위해 작은 바구니를 들고 꽃이 피어 있는 농장 화단으로 향했다. 강사가 “우리가 딴 꽃 개수를 세어 볼까요”라고 말하자, 참여자들은 개수를 따라 세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꽃을 땄다. 바구니에는 황금색 메리골드 꽃과 보라색 당아욱 꽃, 붉은 베고니아 꽃 등 형형색색의 꽃이 조금씩 쌓였다.

청주 더자람농장 등 3곳 지정
꽃식초 제조 등 다양한 체험
“아이고 옛날 생각이 다 나네”
시각·촉각 자극 우울감 해소
만족도 높아…연내 2곳 추가

“옛날 생각이 다 나네….”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과 함께 이곳을 찾은 B씨(64)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B씨는 “농장에 오니 남편과 시골에서 농사를 짓던 추억이 생각난다”고 했다.

꽃 수확을 마친 이들은 농장 밖을 산책하기도 했다. A씨는 논두렁에 열린 애호박을 보자 “집에 가서 먹어야겠다”며 애호박 하나를 따 바구니에 넣었다. A씨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 답답했는데 농장에 와 꽃과 호박을 땄다”며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농장 구석에 열린 산딸기를 따먹으며 옛 추억을 회상하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90분 정도 진행된 이날 수업은 참여자들이 식용꽃과 식초를 함께 병에 넣어 밀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꽃을 따고 논두렁을 걷는 단순한 체험이지만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청주 서원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쉼터 프로그램 담당자인 김솔아씨는 “실내에서만 지내 답답하고 우울감을 호소하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연을 경험하는 농장체험으로 이를 해소하고 있다”며 “또 작물을 수확하고 식초를 만들면서 경험하는 시각과 촉각 등의 자극은 치매 환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농업·농촌 자원을 이용해 치매 예방과 치매 환자들의 치유를 돕기 위해 지난 3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치매 치유농장 인증제’를 마련했다. 충북 광역치매센터, 농업기술원 등이 치매 환자에게 적합한 프로그램, 환경 등을 심의해 인증한다. 더자람원예교육농장을 포함해 음성 푸르미 농장과 충주 슬로 파머 등 3곳이 인증을 받았다.

지동식 충북도 보건정책과 주무관은 “농촌체험이 치매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하고 우울감을 개선시키는 등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올해 농장 두 곳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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