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전기차' 올인하는데..국내는 현대차·기아 빼면 '잠잠'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위주로 사업을 개편하는 이른바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고 있지만 국내는 현대차·기아를 빼고는 잠잠하다. 생존 문제 때문에 장기 계획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2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인 건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이다. 국내에서는 고투제로(goTozero)라는 그룹의 탄소중립 전략을 홍보하는 행사까지 열면서 전기차의 중요성에 대해 꾸준히 강조해오던 곳이다.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은 2025년까지 전동화에만 350억유로(약 47조원)를 투자해 오는 2030년까지 70종에 이르는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모듈형 전기구동 플랫폼(MEB)' 기반의 폭스바겐 전기차 ID.3, ID.4 등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전기차 2600만대(누적 기준)를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그룹 산하 브랜드인 아우디는 한 술 더 떠서 오는 2026년부터는 '전기차'만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2033년까지 내연기관 엔진의 생산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늦어도 2050년까지는 완벽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19년 지속 가능 전략 '앰비션(Ambition) 2039'를 발표하며 오는 2039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 자사가 생산하는 자동차 가운데 50%를 '전기구동기반 모델(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전환할 예정이다. 2039년에는 원자재 조달부터 차량 사용단계까지 물류 전반에 탄소중립을 실현할 계획이다.
BMW 그룹은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연평균 약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오는 2030년까지 BMW 그룹 전체 판매량의 약 50%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포부다. 이 예측대로라면 향후 약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1000만대 이상의 BMW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3사 외에도 전동화 계획이 쏟아진다. 볼보는 오는 2030년부터 아예 내연기관차를 퇴출시키고 100% 전기차만 생산키로 했다. 볼보가 출범한 전기차 전문 브랜드 '폴스타'는 올해 내로 국내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세계 완성차 4위인 스텔란티스 그룹은 2025년부터 신차는 모두 전동화 차량만 출시한다. 이외에도 GM, 포드, 재규어랜드로버 등도 전동화 전략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탄소규제'가 쏟아지면서 전기차 전환은 생존에 필수조건이 됐지만, 국내는 현대차·기아를 제외하고는 '전동화 전쟁'에서 논외가 된 상황이다.
르노그룹의 전기차 '조에'는 유럽시장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 1위를 달성할 정도지만, 르노삼성은 '트위지'를 제외하고서는 전기차는 전량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한국GM도 모기업인 GM의 향후 전기차 생산기지에서 제외된 상태다. 2017년 2월 스파크 EV가 단종된 이후 한국GM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는 전무하다. 볼트 EV 등 이후 출시된 전기차들은 미국서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쌍용차는 자체 전동화 계획을 갖고는 있지만 '생존 문제'가 더 시급하다. '완전고용'을 고수하는 기업노조와 쌍용차 회사 규모에 걸맞는 인수의향자들이 언급되지 않고 있어 매각이 순탄치 않다.
지난 14일부터 쌍용차의 첫 전기차인 '코란도 이모션(Korando e-Motion)'이 양산에 들어갔지만 전기차 신차 출시에 필수적인 '전용 플랫폼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22년 출시 목표인 전기 중형 SUV 'J100' 이후 세 번째 전기차부터 자체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회사 경영난으로 전기차 플랫폼 연구개발 비용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눈앞에 다가온 전기차 전쟁에 '참전'하려면 국내 공장들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담당하는 수출 물량은 여전히 있지만 내연기관차 판매는 언젠가 끝난다"며 "그룹 본사들이 국내에 신차 물량을 줄만큼 효율성 높은 '매력적인 공장'으로 변해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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