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노동자들 "'차질 없는 배송' 아닌 '안전한 일터' 먼저"(종합)

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2021. 6. 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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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퇴사 종용하는 강제 전환배치 멈춰야"
사측 사과..노동자 지원·재발방지책 등 촉구
"소화기 찾기가 보물찾기" 안전교육 부실 주장도
쿠팡 "최대한 희망지 우선 배치..97% 완료"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진짜 혁신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 부터"라며 "쿠팡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원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지원 수습기자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와 관련해 쿠팡 노조 측이 사측에 책임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고 이후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에게 퇴사를 종용하는 강제 전환배치를 당장 멈추라"면서 노사가 성실 교섭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의 진짜 혁신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 부터"라며 "쿠팡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를 원하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화재로 '차질 없는 배송'을 약속한 쿠팡에게 시민들은 '탈퇴'로 답했다. 로켓배송·새벽배송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시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쿠팡이 제공한 서비스가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가능했음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며 "쿠팡은 진짜 혁신을 위해 이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쿠팡은 가장 먼저 '사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화재 신고 요청을 묵살 당한 노동자에게, 화재를 목격하고 놀란 마음으로 대피해야 했던 그 날의 노동자들에게, 늘 위험한 일터에서 불안해하며 일하는 쿠팡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며 "차질없는 배송보다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사과를 하는 것이 더 먼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재 당시 근무 노동자 중 피해노동자 확인 및 치유 지원 △휴업수당 지급 및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선택지 제공 △실질적인 고용안정 대책 △전환 배치 후 센터 내 노동자 적응 방안 마련 △재발방지를 위한 전국 물류센터·캠프 안전점검 시행 △노후 시설 교체·점검 및 체계적인 대비 훈련 교육 등을 요구했다.

특히 센터 소실 후 이뤄진 '전환배치'를 사측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물류센터지부 김한민 지부장은 "전환배치 과정에서 쿠팡은 노동자 입장에 단 한번의 배려도 없음이 확인됐다"며 "센터의 안전점검 미비로 사고가 일어나 하루 아침에 일터가 사라졌는데, 회사가 책임지고 노동자들의 생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실업수당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전환배치를 선택하라는 안내 문자만 전달됐다. 노동자들은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없고 앞으로 어떻게 일할지 고민할 시간도 없이 선택을 강요당했다"며 "배치가 끝나고 고용안정 약속을 지켰다고 하겠지만, 충격·상처 치유할 추가적 노력이 없다면 반쪽짜리 약속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평소 안전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쿠팡물류센터지회 민병조 지회장은 "노동자들은 '빨리빨리' 문화와 설마 하는 마음으로 제대로 안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 문제를 제기하면 그 다음이 이야기되지 않고 어느 순간 왕따, 양치기 소년이 됐다"며 "지회는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하루를 일해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노조는 '체온 유지 냉난방 장치 설치', '핸드폰 등 개인물품 반입금지 문제 해결', '식사시간 보장' 등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국 물류센터 안전점검 실시', '물류센터 노동자와 전문가를 포함한 재난예방대책기구 구성' 등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4일 진보당이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은 이미 3년 전에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같은 센터가 완전히 전소될 때까지 쿠팡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허지원 수습기자
이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평소 쿠팡이 화재 등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부실하게 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진보당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현장 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곳은 이미 3년 전에도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며 "같은 센터가 완전히 전소될 때까지 쿠팡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해당 물류센터에서 여러 번 일을 해봤다는 최모(21)씨는 "쿠팡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하지 않았다. 항상 안전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단 두 번 했을 뿐"이라며 "그 중에서도 한 번은 영상자료도 없었고 마이크가 없어서 강사의 목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진보당에 따르면 오산센터에서 일했다는 조모씨는 "안전교육이랍시고 교육하는 것에 화재 관련 얘기는 전혀 없다. 소화기 찾는 건 '보물찾기' 수준이고, 카트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서 비상구 앞에 잔뜩 가져다 놔 '불나면 그냥 죽었다 생각해야겠구나' 싶었다"며 "당연히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교육도 없었다"고 제보했다.

한편 쿠팡 측은 화재로 일터를 잃은 직원 97%에 대한 전환배치를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전환 배치는 최대한 희망지를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있으며 전날 기준 배치를 원하는 전체 1484명 중 1446명의 배치가 완료됐다"며 "아직 완료되지 않은 직원들도 최대한 희망지에 배치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도 급여는 계속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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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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