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빈과일보'!.."당신들의 귀환을 기다리겠다"

정인환 2021. 6. 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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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어둠을 뚫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홍콩 청콴오 지역에 자리한 넥스트디지털 사옥 꼭대기층에서 누군가 휴대전화 불을 밝혀 들었다.

24일 <홍콩 프리 프레스>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찬푸이만 <핑궈일보> 전임 부편집인은 고별사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폐간이란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때처럼 검은 옷을 입고 온 일부 시민들은 홍콩보안법 발효와 함께 불법이 된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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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폐간한 홍콩 <핑궈일보>
신문사로 몰려든 지지 독자
한밤에 가판대에 늘어선 긴 줄
"그저 일개 신문이 아니었다"
24일 홍콩 청콴오 지역에 자리한 <핑궈일보> 사옥으로 지지방문을 온 독자들에게 이 회사 직원이 갓 인쇄돼 나온 마지막 신문을 건네주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한밤의 어둠을 뚫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홍콩 청콴오 지역에 자리한 넥스트디지털 사옥 꼭대기층에서 누군가 휴대전화 불을 밝혀 들었다. 건물 주변에 몰려든 이들도 불을 밝힌 휴대전화를 흔들고 있다. 24일 폐간에 들어간 <핑궈(빈과)일보>의 마지막 1면 사진이다. 기사 제목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홍콩인들, 빗속에서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하다. 우리는 <핑궈일보>를 지지한다.’

24일 <홍콩 프리 프레스> 등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찬푸이만 <핑궈일보> 전임 부편집인은 고별사에서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폐간이란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썼다. 그는 지난 17일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청킴훙 발행인 겸 편집인 등 동료 4명과 함께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직후 부편집인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핑궈일보> 윤전기가 23일 밤 마지막 신문을 찍어내는 동안 홍콩 시민 수백명이 신문사 주변을 에워쌌다.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때처럼 검은 옷을 입고 온 일부 시민들은 홍콩보안법 발효와 함께 불법이 된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를 외쳤다. 출동한 경찰 10여명이 ‘사회적 거리두기 위반’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20일은 <핑궈일보> 창간 26주년 기념일이었다. 독자들이 보내온 축하 화환이 신문사 1층 로비에 아직 그대로 있다. 폐간을 앞둔 편집국으론 독자들이 보내온 야식이 도착했다. 자정 무렵 마지막 기사를 마감한 기자들이 신문사 앞마당으로 나와, 어깨동무를 한 채 지지방문을 온 독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색다른 방식을 사용했다. <핑궈일보>는 언제나 특별했다. 당신들의 귀환을 기다리겠다.” 한 독자가 신문사 정문에 붙여 놓은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친구 2명과 함께 왔다는 시민 수이밍은 “슬프고, 실망스럽고,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일이 홍콩에서 벌어질 줄 몰랐다. 이제 홍콩에서 진실이 우리와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케이’라고 밝힌 남성은 부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작별’을 고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는 “20년 넘게 가까이 지냈던 친구가 갑자기 이민을 가게 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인 홍콩 땅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문 쪽은 평소 7만~8만부를 발행하던 것과 달리 이날치는 100만부를 인쇄했다. 인쇄를 마친 마지막 신문이 카오룽 반도 몽콕 지역 가판대에 도착하자, 자정 무렵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 기다리던 독자들이 환호성을 보냈다. 마지막 신문 운송 차량에 동승한 브라이언 찬 기자는 <홍콩방송>에 “후회는 없다. 우리는 끝까지 싸웠고, 홍콩 시민들은 여전히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밤 12시30분께부터 2시간여를 기다려 <핑궈일보> 12부를 구입했다는 ‘모’라는 남성은 “신형 아이폰을 샀을 때보다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신문을 구입할 수 있어서 행복하긴 하지만 실제로 행복한 건 아니다. 오늘은 불행한 날”이라며 “가족과 동료 등 마지막 신문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과 나눠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에게 <핑궈일보>는 자유의 수호자였다. 반대편에선 ‘국가주권에 먹칠을 한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핑궈일보>가 그저 일개 신문이 아니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짚었다. 론슨 찬 홍콩기자협회 회장은 “<핑궈일보> 폐간으로 향후 홍콩 언론계에서 자기 검열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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