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전 충격' 부산시의 뒤늦은 행보..야구·축구·여농은 잡아라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21. 6. 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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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23일 롯데와 NC의 경기가 열린 부산 사직구장. 야구장 옆에 있는 실내체육관과 아시아드주경기장이 자리하고 있다. 사직 | 김하진 기자


프로농구 KT는 지난 9일 연고지를 부산에서 수원으로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경기장이 있는 부산과 훈련체육관이 있던 수원을 오가던 KT는 2023년 6월부터 모든 구단이 연고지에서 훈련과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연고지 정착 제도를 이유로 수원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17년간 부산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KT가 떠나자 부산시는 적지 않게 당혹스러워했다. 뒤늦게 KT경영진에 협의를 진행하고 KBL에 연고지 수원 이전 안건 상정을 보류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허사였다. 부산시 체육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23일 사직구장을 방문한 이병진 행정부시장(오른쪽)과 이석환 롯데 대표이사, 성민규 단장(왼쪽). 부산시 제공


‘소’를 잃은 부산시는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병진 행정부시장 등 부산시 실무진은 지난 23일 부산 사직구장을 방문해 롯데 고위 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행정부시장은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던 KT 농구단 이전이 생각보다 충격이 크다. 이 일을 계기로 부산을 스포츠도시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시에 이야기 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가 프로구단의 애로사항 등을 청취한 적이 없었다”며 반성하며 “사직구장 근처를 스포츠 클러스터로 조성할 것”이라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1일 프로축구 부산아이파크 클럽하우스를 찾아 부산 스포츠산업 발전 및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부산 시민들을 위해서도 축구 전용구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스포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자프로농구 BNK 썸과도 소통을 꾀했다. BNK는 현재 접근성이 떨어지는 금정경기장 대신 KT가 떠난 사직체육관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고 부산시에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전과는 다른 부산시의 행보다.

부산은 프로배구를 제외하고는 축구, 야구, 농구 등 주요 구기종목이 모두 모인 스포츠 도시였다.

그러나 이제 사직동에는 야구를 하는 롯데의 홈구장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사직실내체육관은 KT가 떠났고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누렸던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2017년 부산 아이파크가 구덕운동장으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쓰임새가 거의 없어졌다. 주인 잃은 아시아드 주경기장의 활용도에 대한 여러가지 대안이 나왔지만 결정된 것이 없다.

사직야구장은 1986년 건설된 야구장으로 곳곳에 노쇠화된 흔적이 많다. 선거철마다 매번 사직구장 신축 공약이 쏟아지지만 실행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1985년에 건설된 사직실내체육관 역시 가장 오래된 농구장 중 하나다. 시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지만 그동안은 답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KT 이적 충격으로 부산시가 본격적인 행보를 걷고 있는만큼 스포츠산업 지원에 대한 방향이 얼마나 바뀔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늦어도 7월 초까지는 부산시 스포츠산업 발전 종합계획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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