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을 통해 생각하고 표현하는 '시각적 사고 전략'

신지혜 2021. 6. 24. 14: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린 학생들을 위한 미술 수업은 그림 그리는 단계를 넘어 반 고흐,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 등의 작품 세계로 접근하고 있다. 교사들은 미술작품을 통해 학생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들이 생각을 표현하면서 토론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미술교육의 접근 방식이 ‘시각적 사고 전략 (Visual Thinking Strategies :VTS)’의 핵심 요소이다.

시각적 사고 전략(VTS)은 1980년대에 미국의 인지심리학자인 아비가일 하우센(Abigail Housen)과 뉴욕 현대 미술관의 교육 감독인 필립 예나윈(Philip Yenawine)에 의해 개발된 학습 방법이다.

이탈리아에서는 2014년부터 유용한 미술교육 방법으로 채택되면서, 유치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교 시스템에서 활용되고 있다. 또한 보르게제 미술관(Galleria Borghese) 및 나폴레옹 박물관(Museo Napoleonico), 로마 현대 미술관(Museo MACRO) 등에서 VTS워크숍을 진행해 왔다.



◆시각적 사고 전략(Visual Thinking Strategies) 협회 홈페이지 ©www.vtshome.org

시각적 사고 전략 프로그램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미술 작품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을 하고 그룹 토론을 하면서 진행된다.

1. 이 그림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2.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3. 무엇을 더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 교사는 학생이 말한 내용을 나머지 그룹의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때때로 학생들은 모르는 단어를 검색할 수 있고, 교사는 학생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학생들의 어휘 능력을 향상시키고, 특히 이민자들이나 외국어 학습자들에게 더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VTS에서 교사는 시각적 이미지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토론에 대해 개방적으로 접근한다. 각자의 이미지 해석에 대한 토론에는 사전 지식이 필요하지 않으며 오답도 없다. 교사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정답’, ‘잘못됐다’ 또는 ‘좋다’와 같은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상충되고 보완적인 의견을 잘 연결하고,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토론을 진행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그림을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른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비판적 사고 및 시각 문해력,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학습 도구로서의 예술-시각적 사고 전략(L’arte come strumento per l’apprendimento- Le strategie di pensiero visuale)'이란 제목으로 학교, 미술관 및 박물관, 이탈리아 교육부에서 전문적인 교사 재교육 과정이 마련됐다.

로마 사피엔자 대학교의 예술 및 의료인문학 연구소의 책임교수인 빈첸자 페라라(Vincenza Ferrara)와 VTS 이탈리아 협회에 의해 고안된 과정이다. 교실과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실습과 함께 시각적 사고 전략 방법을 배우고, 다양한 의사소통을 위한 프레임 워크를 교육한다.

©게티이미지

빈첸자 페라라 교수는 2014년부터 예술이 의학 분야에서도 효과적인 치료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VTS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 그룹을 구성하고 의료진에게 임상 진단 및 치료를 위한 훈련 도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의료 및 건강 분야에서 훈련 도구로서의 예술(L’arte come strumento per la formazione in area medica e sanitaria, Aracne Editrice, 2020)"이란 논문에서 예술과 의학의 관계를 조사했다.

논문은 예술과 의학이 근본적으로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의학에 예술과 같은 추상적인 창작 과정은 무의미해 보일 수 있으나, 의학의 '객관적인 데이터'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종종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환자의 징후와 증상이 교과서를 따르지 않고 모든 임상 알고리즘이 고갈되었을 때 의사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이때 예술을 감상하는 것은 의사가 좌절, 탈진보다 더 많은 위안과 동기를 갖고 의학의 모호함에 반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술작품을 해석하는 것은 여러 관점에서 사물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존중하는 명상이다. 의사들은 이러한 회색 영역을 탐색하면서 보다 유연한 문제 해결 과정, 의학의 한계에 대한 정직한 이해, 환자와 공개적으로 현실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이것은 예술이든 의학이든 불확실성을 탐색하는 데 필요한 지혜를 줄 수 있고, 오늘날 Covid-19와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VTS와 같은 프로그램이 이러한 모호함에 대한 관용과 탄력성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 페루지아 = 신지혜 글로벌 리포터 jihye77.kr@gmail.com

■ 필자 소개

Università degli Studi di Urbino Carlo Bo 미술사 석사 과정

Accademia di Belle Arti di Roma 로마국립미술원 졸업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