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가뭄인데 속속 연기되는 서울 분양.. "분양가 때문"

허지윤 기자 2021. 6. 2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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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주택 공급 가뭄을 해소할 핵심 수원지인 재건축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분양 일정이 거듭 밀리고 있다.

2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 일대 노후 주거지를 재건축하는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의 분양 계획이 뒤로 밀렸다. 당초 올해 9월 분양 예정이었던 이 단지의 분양 계획은 올해 연말에서 다시 내년으로 변경됐다. 1264가구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28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이 곳의 분양 일정이 뒤로 밀린 것은 ‘분양가'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내년 공시가격 재산정 발표 후 분양가가 좀 오를 수 있다는 조합 측 판단과 결정에 따라 분양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문정동 136 재건축 사업은 2018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된 첫 단독·다가구주택 재건축 사업장이라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곳의 재건축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옛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맡았다. 총 공사비 규모는 약 2462억원으로, 2016년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했다.

분양 일정이 뒤로 밀린 정비사업 현장은 또 있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189-1번지 일대 역촌1구역을 재건축하는 ‘센트레빌 파크 프레스티지’의 분양 계획도 거듭 밀리는 모양새다. 당초 이 단지의 분양예정일은 작년 12월에서 올해 5월로 바뀌었다가 오는 7월로, 그리고 다시 8월로 연기됐다. 이 단지는 총 752가구 중 46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분양가 책정 문제로 분양일정이 지연된 서울 대표 단지인 강동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으로 관심을 모으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도 분양가 산정 문제로 작년부터 분양 일정이 밀린 곳이다. 이달 청약 시장으로 나온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도 분양가 문제로 거듭 분양이 지체된 바 있다.

일부에선 서울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만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급에서 정비사업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정비사업장의 분양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세 시장에 머물면서 청약을 노리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주택 공급 부족으로 청약 경쟁이 더 치열해질까봐 걱정도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1일 조사 기준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는 11개 단지 분양이 계획돼있다. 이 중 2곳을 제외한 9곳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현장 상황과 주관사와 시공사, 조합원 의견 등에 따라 분양 계획이 당겨지거나 밀리는 일이 종종 있어서 분양 일정이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요즘 같은 주택 가격이 불안정할 때엔 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하반기 서울 분양 예정 아파트단지.지난 6월21일 조사 기준으로 건설사 계획에 따라 분양 일정이 변동될 수 있다. /부동산114 제공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요 정비사업장의 분양 일정 지연에 영향을 주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와 분양가상한제 규제가 정말 주택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는 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분양가상한제를 두고는 지적이 많다. 분양가를 제한하면서 공급을 위축시키는 한편, 분양가를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조합원·사업자 간의 줄다리기가 팽팽해지면서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적용하면 오히려 시장에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를 해왔는데 그 부작용이 실제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주택 공급이 대량인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된다면 시장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주택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시행된 분양가상한제는 과도한 청약 경쟁과 함께 주변 시세를 급격히 쫓아가는 효과만 내고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서울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현금 부자들끼리 참여하는 로또 청약전만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 분양가상한제가 과연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는 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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