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1억 미만' 갭투자 투기 수요에 튀어오른 수도권 외곽

유병훈 기자 2021. 6. 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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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경기도 외곽 도시의 저가 아파트들이 들썩이고 있다. 취득세 중과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들을 1000만~2000만원의 소액으로 갭투자하려는 투기 자금이 몰린 결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저가 주택 매수세의 경우 실거주가 아니면 부동산 경기나 공시가격 상승률 등 외부 변수에 의해 ‘골칫덩이’로 전락하기 쉬운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24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지수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의 6월 셋째주 아파트값 상승률은 0.88%로 전국 230개 시·군·구 중 4위를 기록했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올해 3월 거래량은 531건으로 작년 3월 거래량(344건)과 비교하면 54.3% 늘었다. 4월 거래량은 602건으로 작년 4월 거래량(244건) 대비 146% 증가했다.

경기도 안성 공도읍의 2615가구 규모의 공도주은풍림 아파트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 ▲39.36㎡ ▲49.77㎡ ▲59.76㎡의 중·소형 평형뿐이고 2002년에 지어져 재건축·재개발 가능성이 없다. 하지만 3월엔 44건, 4월엔 74건이 거래됐다. 3월엔 하루 1.5건, 4월엔 하루에 약 2.5건씩 거래된 셈이다. 23일 현재까지 신고된 지난 5월 거래 건수도 62건이었다. 아직 5월 거래 등록이 마쳐지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5월 역시 하루에 2건 이상 거래됐다. 6월에도 이미 23건의 거래가 등록됐다.

갑자기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도 급등했다. 전용면적 59.76㎡의 경우 지난 1월만 하더라도 최저 1억1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번 달에는 1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49.77㎡도 8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까지 올라 상승률은 62.5%에 달한다. 안성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유명하지도 않은 아파트 이름을 대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오고 전화 문의가 들어왔다”고 했다.

이는 아파트의 전반적인 가격대가 낮고 전세가율이 높아 갭투자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공도주은풍림 아파트의 6월 현재 평균 매매가는 39.36㎡가 8500만원, 59.76㎡가 1억5000만원 수준이다. 평균 전세가격은 39.36㎡가 7600만원, 59.76㎡가 1억3000만원에 달해 1000만~2000만원이면 갭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공시가격도 낮게 책정됐다. 가장 큰 평형인 전용 59.76㎡ 기준 올해 공시가격은 7300만원이 채 되지 않아 보유세는 10만원 안팎 수준으로 추산되며, 취득세 중과 규제를 피할 수 있다. 공시가격이 1억원 미만일 경우에는 1.1%의 기본 취득세만 적용되고, 1억3000만원 이하(수도권 기준)에서는 무주택자로 간주된다.

인근 평택시 안중읍 일대의 구축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화리에 있는 늘푸른사랑 아파트의 전용면적 59.87㎡의 경우 지난달 매매가가 1억4000만원이었지만, 이번달 같은 평형의 전세가는 1억3000만원이었다. 1000만원에 갭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이곳 역시 공시가격은 8100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 단지 역시 지난 1월만 하더라도 전용 59.75㎡와 59.87㎡의 거래량이 모두 7건에 불과했지만, 4월에는 37건까지 늘어났다. 이에 매매가격도 1월 1억2000만원대에서 이번달 1억6000만원대까지 33%가량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등기부등본을 떼보면 세금을 제외하고 단기로 1000만원 가량만 수익을 챙기고 나가는 법인들 이름이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별한 개발 호재도 없이 거래 수가 과도하게 증가한 현상을 두고 규제를 피한 투기 자금이 과하게 몰리고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서울 도심이나 수도권의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 소액으로 갭투자를 노리던 자금 흐름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수도권 외곽 틈새시장까지 쏠리게 된 것”이라면서 “취득세나 청약 조건 등에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시장이 항상 우상향하는 것은 아니기에 조정이 시작되면 가장 위험한 상품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면서 “공시가격이 비규제선을 넘어서면 규제에 노출되는 것도 리스크”라고 했다. 이 경우 거래가 급랭할 수 있는데, 환금성도 함께 떨어지게 돼 자칫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거나 하락해 핵심 지역부터 가격이 떨어질 경우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우려가 있다”면서 “실수요 목적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갭투자나 차익 목적의 투자라면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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