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참새 M/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2021. 6. 24. 05: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름비가 추적추적 오던 지난 금요일 아침, 길에서 뭔가 버둥거렸다.

사람 냄새를 묻히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새 마스크로 새를 들어 올렸더니 부리에 아직 노란색이 완연한 어린 참새였다.

비에 젖은 날개가 따뜻한 손 안에서 다 마르고서 어린 참새는 두 눈을 똘망하게 떠 내 마음을 기쁘게 하더니, 이런저런 노력에도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름비가 추적추적 오던 지난 금요일 아침, 길에서 뭔가 버둥거렸다. 허리를 굽혀 보니 새 한 마리가 바로 서려다가 자꾸 뒤집히곤 했다. 사람 냄새를 묻히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새 마스크로 새를 들어 올렸더니 부리에 아직 노란색이 완연한 어린 참새였다. 출근시간은 다가오고, 어미 새는 보이지 않고 해, 마음이 우왕좌왕하다가 그 어린 참새를 마스크로 싸 출근길에 올랐다. 동물병원에 가야 하나 싶었는데, 유튜브 등에 어린 참새 구조하는 법을 찾을 수 있었다.

참새 둥지는 밖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목해서 어린 참새가 실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즉 길에 떨어진 어린 참새는 어미 새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내친 사례가 대부분이라 부러 구조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양육에는 많은 힘이 드니까, 어미 새로서도 생존력이 더 강한 새끼만 돌보고 싶은 게 자연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비에 젖은 날개가 따뜻한 손 안에서 다 마르고서 어린 참새는 두 눈을 똘망하게 떠 내 마음을 기쁘게 하더니, 이런저런 노력에도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하루를 넘기면 ‘참새 M’이라고 이름도 지어 줄 예정이었는데. 살리려 애쓰다 그새 정들었는지 그날은 몹시 힘든 금요일이었다.

symun@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