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문제가 이제 단순해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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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진주만 피습 직후 영국 수상 처칠은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문제가 이제 단순해졌군요.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문제'는 미국의 참전이었고, 참전을 거부해온 미 의회였고, 1차대전 이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립주의 여론이었다.
그 무렵부터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반파시즘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구애'가 시작됐다.
선전포고권의 주체를 둘러싼 의회와 대통령의 줄다리기는 미국 정치의 해묵은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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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12월 진주만 피습 직후 영국 수상 처칠은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문제가 이제 단순해졌군요. 하나님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문제'는 미국의 참전이었고, 참전을 거부해온 미 의회였고, 1차대전 이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고립주의 여론이었다. 루스벨트의 의지도 조기 참전이었지만, 이런 장애물 때문에 발만 구르던 형국이었다. '차라리 잘 된 일'이란 투의 처칠의 말이 외교적 결례가 아니었던 건, 그들에겐 한 배를 탄 처지라는 공감대가 있어서였다.
무솔리니의 에티오피아 침공(1936년), 스페인 내전(1936~1939년), 중·일전쟁(1937년)이 모두 루스벨트 집권 2기에 발생했다. 대공황의 경제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던 그에겐 외교안보 현안이 다급한 과제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의회는 물론 여론도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지 말라'는 고립주의와 '민주주의의 위협에 공동으로 맞서야 한다'는 국제주의로 양분된 상태였다. 1935년의 이른바 '중립법'은 전쟁 중인 외국에 '무기와 탄약 및 전쟁 행위' 수출조차 금지했다. 그 법은 1937년에야 루스벨트의 호소 덕에 개정돼, 유럽 무기 지원이 가능해졌다. 1939년 나치가 체코슬로바키아(3월)와 폴란드(9월)를 연이어 침공했고, 11월 영국이 독일에 선전포고했다. 그 무렵부터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반파시즘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구애'가 시작됐다.
선전포고권의 주체를 둘러싼 의회와 대통령의 줄다리기는 미국 정치의 해묵은 논란거리다. 헌법상 전쟁선포의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대통령 역시 군 통수권자로서의 권한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민주당 하원의원 루이스 러드로우(Louis Ludlow,1873.6.24~1950.11.28)가 1938년 '의회 선전포고도, 미국이 침략을 받는 상황이 아닌 한 사전 국민투표를 통해 승인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 수정안까지 발의했다. 그 법안은 부결됐지만 루스벨트나 처칠로서는 기가 막혔을 것이다. 진주만 공습이 '문제'들을 일시에 해결한 거였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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