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129, 나인원한남.. 초고가 주택 작명의 비밀
청담동 129번지에서 이름 따와
'나인원한남'도 주소 '91' 붙인것
공시가가 수십억~수백억원에 이르는 서울 초고가 아파트·빌라에 ‘번지수’를 넣어 단지 이름을 짓는 작명법이 유행이다. 아파트 단지명은 ‘래미안대치팰리스’ ‘반포자이’처럼 동(洞)을 넣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상위 부유층이 주고객인 이 단지들은 아예 번지수나 도로명주소를 넣어 기존 부촌과도 차별화하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
작년 10월 말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는 공시가격 기준 전국 최고가 공동주택이다. 청담동 129번지에 지어진 펜트하우스(PH)라는 뜻이다. 전용면적 407㎡ 올해 공시가가 163억2000만원이다. 건설 초기엔 사업명을 따서 ‘더 펜트하우스 청담’으로 불렸지만 준공 후 PH129로 이름을 바꿨다. 인근 ‘효성청담101’도 청담동 101번지를 단지명에 녹였다. 이곳 역시 올해 전용 247㎡ 공시가가 70억6400만원으로 전국에서 셋째로 비싸다.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초고가 단지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도 마찬가지다. 나인원이라는 이름을 이곳의 도로명주소 ‘한남대로 91’에서 따왔다. 최근 BTS(방탄소년단) 멤버 RM과 지민이 각각 63억원과 59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며 서울의 대표적인 초고가 단지 반열에 올랐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다른 동네 사람이 볼 때는 무슨 숫자인지 파악도 어려운 번지수를 단지명에 넣었다는 것은 부촌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에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라며 “일부 초고가 단지만의 숫자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분양 중인 단지에도 주소를 넣어 단지명을 만든 사례가 많다. DL건설이 짓는 ‘루시아 도산 208’은 단지가 들어서는 도산대로 208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전용 55㎡ 기준 분양가가 22억원에 달한다. 이달 중구 을지로5가에서 분양 예정인 ‘트리니티99 푸르지오 발라드’ 오피스텔 역시 번지수(99번지)를 단지 이름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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