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이날치 찾아라" 눈 크게 뜬 대중음악계

임희윤 기자 2021. 6. 2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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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퓨전이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이날치'를 꿈꾸는 이들, 그런 이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요즘 각종 밴드 경연대회에는 국악을 섞은 팀이 필수요소처럼 다수 지원한다.

마포문화재단이 인디음악가를 선발해 지원하는 일종의 연간 경연인 '인디열전'에는 지난달 최종 선정된 12개 팀에 사상 처음으로 국악 요소를 지닌 팀('동양고주파')이 뽑혔다.

23일 만난 서도밴드의 멤버들은 "우린 '조선 팝'의 주창자이지만 단순히 국악 퓨전 밴드라 불리긴 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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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음악경연서 국악퓨전팀 뽑고 국악방송 공모 작품 40% 증가
국악요소 결합한 밴드 크게 늘어.. "원로들도 새로운 실험 권장"
"시류 편승 경계해야" 지적도
판소리와 민요를 팝, 록 사운드와 접목하는 ‘서도밴드’. 대형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과 글로벌 유통 계약을 맺고 21일 첫 앨범을 내놨다. 유니버설이 국악 기반의 팀과 계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부터 김성현(키보드), 박진병(퍼커션), 서도(보컬), 연태희(기타), 김태주(베이스), 양정훈(드럼). ⓒKim Shin Joong
국악 퓨전이 인기를 끌면서 ‘제2의 이날치’를 꿈꾸는 이들, 그런 이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요즘 각종 밴드 경연대회에는 국악을 섞은 팀이 필수요소처럼 다수 지원한다. 이날치, 이희문, 추다혜차지스, 악단광칠, 상자루 등이 경계를 넘어 조명받으면서 국악적 요소를 결합한 밴드, 전자음악 팀이 크게 늘었다.

마포문화재단이 인디음악가를 선발해 지원하는 일종의 연간 경연인 ‘인디열전’에는 지난달 최종 선정된 12개 팀에 사상 처음으로 국악 요소를 지닌 팀(‘동양고주파’)이 뽑혔다. 올해 15회를 맞은 국악방송 ‘21c한국음악프로젝트’(본선은 8월 진행)는 올해 공모 작품 수가 88건으로 지난해(63건)에 비해 약 40% 증가했다. 한국 팀을 해외에 소개하는 울산 에이팜(아시아 퍼시픽 뮤직 미팅) 공모에는 올해 50여 개 팀이 몰렸다.

박준우 음악평론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악 교육기관에서도 대중음악인과 팀 구성, 팝적인 편성 등을 꾀하는 소모임과 밴드 구성이 크게 늘었다. 전통을 강조하던 원로나 스승들도 이날치 신드롬 이후 새로운 실험을 권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악계의 이런 분위기는 ‘서도밴드’가 21일 낸 신곡을 보면 잘 읽을 수 있다.

‘이봐 moon, 어둠 너머엔/다른 마음을 숨긴 채로/살아가는 이들이 도시를 밝히지’

노래 제목은 ‘City Lights’, 한영 혼용의 가사, R&B·솔 풍의 편곡에서 ‘시티 팝’ 장르가 떠오르지만 이 곡은 조금 미묘하다. 멜로디 랩처럼 쏟아붓는 플로(flow·리듬 흐름)에 묘하게 국악적인 느낌이 묻어 있다. 23일 만난 서도밴드의 멤버들은 “우린 ‘조선 팝’의 주창자이지만 단순히 국악 퓨전 밴드라 불리긴 싫다”고 말했다.

‘City Lights’가 담긴 서도밴드의 데뷔 미니앨범 제목은 ‘Moon: Disentangle’(달: 풀어지다). 요즘 신인 아이돌의 세계관 시리즈 음반을 연상시킨다. 멤버들은 “아이돌에서 착안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독특한 의상이나 춤 등 각종 시각 콘텐츠로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요즘 국악 퓨전의 경향에 세계관까지 들어온 느낌이다.

보컬 서도(본명 서재현·25)는 “다섯 살 때부터 판소리를 배우고 국악중학교에 다녔다. 동아방송예술대 실용음악과(작곡 전공)에 들어갔지만 국악과 대중음악을 결합하는 작곡 실험을 어려서부터 꾸준히 했다”고 설명했다.

서도는 영국 솔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1983∼2011)나 지드래곤을 동경하며 자랐다. 2019년 KBS 국악신예대상 대상,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출연 등으로 이름을 알렸고 ‘사랑가’(2019년)는 국악 전공 학생들 사이에 히트곡이 됐다. 신작에는 민요 ‘뱃노래’ ‘강강술래’도 재해석해 담았다. 서도는 “홀수 박에 강세를 주는 국악적 그루브, 우리 소리와 솔 창법을 결합한 황금비율을 연구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최근의 국악 퓨전 붐이 마냥 꽃놀이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류에 편승하거나 국가 지원금을 노린 덜 숙성된 협업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에이팜 전문가 심사에 참여한 한 음악가는 “국악과 전자음악을 결합하는 팀이 많았는데 2021년 현재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수준의 전자음악을 하면서 ‘국악과 신박한 걸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밀어붙이는 이들을 보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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