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책임 안지고 권리만"..기업 총수 10명중 6명 'CEO' 직함 없어(종합)

최희정 입력 2021. 6.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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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연구소, 2021년 71개 기업집단 총수 등기임원 현황 분석
60명 중 37명 '대표이사' 직함 全無..사내이사 맡지 않는 총수도 35%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국내 주요 그룹 총수 10명 중 6명은 CEO(최고경영자)에 해당하는 대표이사 직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5% 정도는 등기임원을 아예 맡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총수들이 임직원 가운데 상법상 무거운 책임을 지는 대표이사와 등기임원을 맡지 않아 책임 경영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한국CXO연구소가 ‘2021년 국내 71개 기업집단 총수 임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국내 60개 그룹 총수가 해당 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인원은 총 23명이다. 이들 23명의 총수가 대표이사 직함을 가진 계열사는 모두 33곳이다.

60명의 총수 중 37명은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셈이다. 비율로는 61.7%를 차지했다.

조사결과 가장 많은 대표이사 명함을 갖고 있는 총수는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이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 팬오션, 하림, 팜스코 4개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명함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세 곳에서 대표이사로 활약 중이다. 현대차 정의선·한진 조원태·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등은 계열사 2곳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대표이사 타이틀이 없는 총수 유형도 다양하다. 먼저 법적인 문제로 구속 수감 중이어서 현실적으로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는 유형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 부영 이중근 회장,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 태광 이호진 전 회장이 속한다. CJ 이재현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등은 과거 구속 수감된 전례가 있지만 당시 사정으로 등기임원을 내려놓은 이후 아직 대표이사 등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다.

미등기임원 회장 등으로 그림자 경영을 하는 총수 유형도 있다. 신세계 이명희 회장, 이랜드 박성수 회장,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삼천리 이만득 회장, 하이트진로 박문덕 회장, 유진 유경선 회장, 대방건설 구교운 회장 등이 해당된다.

그룹 경영에서 이미 손을 뗐거나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대표이사 직위를 내려놓은 총수도 있다. 현대중공업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코오롱 이웅열 전 회장,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 동원 김재철 명예회장 등이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도 그룹 총수로 지정됐으나 대표이사는 물론 사내이사와 같은 등기임원 타이틀은 없다. 네이버와 비슷한 IT기업 넥슨 김정주 창업자가 계열사 엔엑스씨(NXC)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이사 타이틀이 없는 37명의 총수 중에서도 21명은 다른 사내이사 직함도 따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60명의 총수 중 35%는 등기임원이 아니어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멤버로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내이사를 가장 많이 맡고 있는 그룹 총수는 SM(삼라마이다스)그룹 우오현 회장인 것으로 조사됐다. 우 회장은 대한해운, 경남기업, 대한상선, 우방산업 등 현재 12개 계열사에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 있는 곳은 없다.

영풍 장형진 회장 5곳, 중흥건설 정창선 회장 4곳 등의 순으로 사내이사 직함이 많았다. 카카오 김범수 이사회 의장과 애경 장영신 회장도 사내이사를 3곳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처럼 등기임원이면서 이사회 의장도 함께 겸임하고 있는 총수는 20명으로 조사됐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계열사인 코웨이에서도 사내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이사회 의장직도 함께 맡고 있다. 세아그룹 이순형 회장, 한국투자금융 김남구 회장도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맡으며 2개 회사에서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과 LG 구광모 회장이 각각 현대자동차와 ㈜LG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현대차 정 회장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기아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어 총수 중에서는 비교적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자산 5조원이 넘는 그룹으로 지정한 71곳 중 자연인 동일인(총수)을 두고 있는 60곳이다.

쿠팡은 올해 자산 5조원으로 공정위가 관리하는 기업집단군에 처음 속했으나, 쿠팡의 동일인은 쿠팡㈜ 법인이기 때문에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다. 쿠팡의 실질적 오너인 김범석 전 의장은 올 초 등기 사내이사 직을 맡아왔으나, 지난 5월31일 사내이사에서 사임하고 이달 14일 등기를 마쳤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17일 이전에 이미 등기이사 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최근 발생한 화재로 인해 등기임원 직을 내려놓은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김 전 의장이 등기임원 임기(내년 3월 31일)를 마치기도 전에 대표이사 자리부터 서둘러 물러나고, 이후 지난달 말 사내이사를 사임해 논란을 키웠다고 CXO연구소는 지적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오너 경영자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 등을 맡으며 책임 경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면 그룹 오너가 현재 맡고 있는 계열사 대표이사나 사내이사직을 전문경영인에게 넘기려는 사례도 일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azzl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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