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시각차 확인한 성 김 방한..극적 돌파구는 없었다
대북제재 유지방침은 고수..북한선 "잘못 가진 기대" "접촉 생각 안해" 일축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한국시간) 오후 4박 5일 방한 일정을 끝내고 출국했다.
지난달 임명된 대북특별대표 자격으로 첫 방한이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4월 말 새 대북정책 검토 완료 선언후 북미 대화재개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성격이 강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이는 대결보다는 대화에 방점을 찍은 첫 공식반응을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신호"라면서 대화를 위한 북한의 분명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화답했다.
곧이어 19일 한국에 도착한 김 대표도 대화 제의와 유화적 제스처 속에 북한의 긍정적 반응을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냈다.
김 대표는 21일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대북정책 검토 완료 후 대북 접촉에 나섰지만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엔 한미가 대북 정책 조율을 위한 협의채널인 '워킹그룹'을 출범 2년 여만에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워킹그룹은 북한이 "남측이 스스로 제 목에 걸어놓은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할 정도로 애초 목적에도 불구하고 대북제재의 통로로 작용한다는 비판 역시 받았다.
김 대표가 "우리는 남북 간 의미 있는 대화와 협력, 관여를 지지한다"고 밝힌 데서 보듯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대북 유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워킹그룹 종료 검토 보도가 나온 당일 담화에서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찬물을 끼얹었다.
설리번 보좌관이 김 위원장의 '대화·대결' 발언을 '흥미로운 신호'라고 한 데 대해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응수했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김 대표가 출국한 지 몇 시간 뒤인 23일 담화에서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일련의 흐름은 방한 기간 김 대표의 각종 대화 제의에 북한이 이를 거절하며 일축한 모양새다.
이는 북미 대화 재개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내건 북한 입장에서 볼 때 김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는 이에 턱없이 모자란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방한 기간 김 대표는 "우리는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며 제재는 유지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다.
한국 외교안보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인센티브는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백악관은 미국시간 21일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한다는 통지문을 의회에 보냈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는 2008년부터 의례적으로 매년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김 대표 방한 기간과 맞물려 북한과 대화를 위해 선물 보따리부터 안기진 않겠다는 미국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외견상 북한은 미국을 향해 좀 더 성의 있는 선제적 조처를 요구하는 반면 미국은 북한이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하라는 모양새여서 대화 재개의 접점을 찾기까지 추가 탐색전과 기 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 기조 속에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말에 "북한과 원칙 있는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계속돼 있다"면서 "북한이 우리의 접촉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계속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출국 전 취재진과 만나 "한국 정부와 계속 연락을 유지하고 곧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했지만, 김 부부장의 담화나 워킹그룹 종료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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