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호주의 쥐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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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의 아름다운 도시 오랑.
그런 오랑에 어느 날 쥐떼가 쏟아져 나왔다.
아름다운 호주에 쥐떼가 창궐하고 있다.
호주를 휩쓰는 쥐떼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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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랑의 일상을 이렇게 그렸다.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일상과 하나 다르지 않다. 그런 오랑에 어느 날 쥐떼가 쏟아져 나왔다. 집안 구석진 곳에서, 지하실에서, 창고에서, 수챗구멍에서. 비틀거리며 죽어가는 쥐들. 페스트 공포는 그렇게 오랑을 덮쳤다.
공포는 새삼스러운 걸까. 그 역사는 깊다. “페스트에 휩쓸려 새 한 마리 볼 수 없게 된 아테네. 말없이 죽음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로 가득한 중국의 도시. 썩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시신을 구덩이에 던지는 마르세유의 도형수들. 페스트에 광란하는 바람을 막기 위해 쌓은 프로방스의 거대한 성벽. 시체를 운반하는 런던의 수레들.…” 그것은 신이 내린 저주였을까. 생명의 존엄성은 찾기 힘들다.
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코로나19에 맞서는 수많은 의료진처럼. 혈청주사도 이미 그때 등장했다. 하지만 어쩌랴. 노도처럼 밀려드는 페스트는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을.
파란 하늘과 에메랄드빛 바다. 아름다운 호주에 쥐떼가 창궐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쥐투성이다. 교도소까지 덮쳤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웰링턴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 420명은 결국 다른 교도소로 옮겨졌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번진 서울동부구치소 재소자를 다른 곳으로 옮긴 것처럼. 수백만 마리의 쥐떼가 갉아먹은 전기 회선, 천장 마감재…. 엉망이 된 모양이다. 교도소에만 쥐떼가 들끓는 것도 아니다. 뉴사우스웨일스 일대가 쥐 판이다.
쥐는 왜 갑자기 불어난 걸까.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풍년과 습한 날씨 때문으로 짐작할 뿐.
호주를 휩쓰는 쥐떼 공포. 소설 ‘페스트’가 74년 만에 소환된 듯하다. 페스트·유행성 출혈열·렙토스피라를 옮긴다는 쥐. 또 하나의 ‘혐오 딱지’가 붙게 생겼다. 쥐들로서는 억울해하지 않을까. 자식과 친구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쥐보다 못한 인간의 세태를 안다면.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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