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야생동물의 생존육아
조류 80%이상 아빠도 새끼 돌봐
코로나로 부모 육아 부담 증가
폭넓은 보육지원 체계 마련해야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데 대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과거보다 육아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육아를 도와주는 기발한 상품도 많지만, 육아는 여전히 힘들다. 사람이 다른 동물에 비해 육아가 힘들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태평양 협곡에서는 4년 5개월 동안 알을 지키고 있는 심해 문어 한 마리가 발견됐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알을 지켰고, 알이 부화할 무렵 어미는 굶주리고 지쳐 죽었다. 천천히 자라는 새끼 오랑우탄은 적어도 생후 2년 동안 어미에게 달라붙어 생활한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탄중 푸팅 국립공원에서는 8살이 될 때까지 아기에게 모유 수유한 오랑우탄이 있었다. 갓 태어난 돌고래는 태어난 후 한 달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다. 하루에 5~8시간 동안 잠을 자던 어미도 그 기간 전혀 잠을 자지 않는다. 귀신고래는 먹이가 풍부한 차가운 바다를 좋아하지만, 새끼의 안전을 위해 포식자가 적은 따뜻한 바다로 이동한다. 먹이가 부족한 따뜻한 바다에서 아이를 키우는 동안 어미는 체중의 약 4분의 1이 빠진다. 이런 사례들은 야생동물의 모성애를 설명할 때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사람으로서 보면 ‘독박육아’의 사례이기도 하다. 억울할 수 있는 야생동물 아빠의 입장도 들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어미가 단독으로 새끼를 양육하는 동물에게서 관찰된 것이다.
야생동물의 양육방식은 새끼에게 영양분을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새끼에게 먹이를 가져다줄 필요가 없는 대부분 양서류와 파충류는 알을 낳고 떠나지만, 새끼에게 연신 먹이를 물어다 줘야 하는 조류(鳥類)는 종의 80% 이상이 아빠와 엄마가 공동으로 육아에 참여한다. 수유로 영양을 전달하는 포유류에서는 기본적으로 암컷이 새끼를 기르지만, 약 5000종의 포유류 중 사회적 일부일처제를 가지는 3~5% 미만은 아빠도 육아에 참여한다. 공동육아는 최소한 포유류에서 사회적 일부일처제의 전제조건이거나 최종산물로 설명한다. 공동육아를 택한 포유류는 일부다처제를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보다 암수가 협력해 새끼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을 택한 동물이다.
일부일처제인 포유류가 아니더라도 무리가 공동으로 육아하는 동물도 있다. 암컷이 무리를 이끄는 코끼리는 암컷 코끼리가 자신의 새끼를 돌보는 일을 무리의 다른 어린 암컷에게 맡기기도 한다. 어미 암컷은 휴식시간을 갖고 육아도우미가 된 어린 암컷은 언젠가 자신이 낳은 새끼를 기르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회색늑대는 출산한 어미에게 무리의 다른 회색늑대가 음식을 가져다주기도 하고, 새끼가 조금 크면 육아도우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결국, 사람이나 야생동물이나 힘든 육아는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안정적인 집단을 유지하게 한다.
코로나19로 사회 보육체계가 정상운영되지 못하면서 부모의 육아 부담이 증가했다고 한다. 지금도 육아를 지원하는 여러 정부 사업이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난 부족한 부분은 온전히 부모의 몫으로 남아 있다.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적극적이고 폭넓은 육아지원 체계를 마련해 부모의 수고를 덜어 주길 기대한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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