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탄소중립, 더 빨리 움직일수록 경쟁력 있어"
[경향신문]
지난해부터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
“탄소 가격 예상외 빨리 오를 것”
먼저 준비…주도권 선점 목표
SK그룹이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글로벌 목표인 2050년보다 한발 앞서 달성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쉽지 않은 목표임은 분명하지만, 기업 경영에서도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그만큼 중요한 핵심 가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이후 특히 주목받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적으로 강조해 온 SK는 지난해 말 재생에너지로 필요 전력의 100%를 충당하는 ‘RE100’에 국내 그룹 최초로 8개사가 동시 가입을 마쳤다.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정유업을 주력으로 하는 SK이노베이션 등 에너지 관계사와,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전기요금을 납부할 정도로 전력 소비가 많은 SK하이닉스가 주축인 SK그룹으로서는 ‘탄소중립’이나 ‘ESG’ ‘친환경’ 등을 경영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SK는 역설적으로 환경 분야나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는 과감한 목표 설정과 그룹 내 자원·역량의 집중을 통해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해왔다. 2018년 최태원 회장은 그룹 관계사 CEO세미나에서 “환경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반대로 기회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환경 주도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확대를 비롯해 지주사인 SK(주)에 수소사업추진단 신설, SK E&S의 태양광·풍력·수소 중심 사업 구조 개편 등 구체적인 사업이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올해 초 그룹을 총괄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환경사업위원회를 신설해 ‘환경’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도 맡겼다.
이번에 내놓은 ‘2050-α’ 넷제로(탄소 순배출량 0) 달성 목표도 이 같은 도전과 돌파의 연장선상에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넷제로 조기 추진을 주문하면서 “향후 탄소 가격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을 감안하면 넷제로는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닌 경쟁력의 문제”라며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전략적 선택의 폭이 커져 결국에는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의 경제적 이해득실보다는 변화를 감지해 먼저 준비한 기업이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 빨리’를 강조한 것도 최근 몇 년간의 최 회장과 SK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정부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에서 목표로 삼은 ‘2050 탄소중립’보다 목표를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어야, 기업이 환경 문제 해결의 주체로 역할을 다할 수 있고 또 글로벌 시장도 선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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