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2021. 6. 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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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월곡동 고려인문화관 내 역사유물전시관 '숨결' 개관

[경향신문]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문화관’에 마련된 고려인 역사유물 전시관 ‘숨결’을 광주시민 오현주씨(54)와 가족이 20일 둘러보고 있다.
항일투쟁·구소련 강제이주
사진·기록물 2만여점 소장
‘민족문화 사수’ 흔적 생생히
“청소년들 잘 몰라 안타까워
전시관에 찾아와 소통 기대”

“고려인들의 역사와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현재의 나와도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 20일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문화관에 들어선 고려인 역사유물 전시관 ‘숨결’을 찾은 오현주씨(54)는 이렇게 말했다. 광주 남구에 살고 있는 오씨는 이날 어머니와 함께 전시관을 찾았다.

오씨는 “월곡동에 고려인이 많이 모여 산다는 소식을 듣고 한번 와보고 싶었다”면서 “고려인들과 그동안 한번도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숨결은 19세기 중엽부터 광복 때까지 러시아와 구소련 지역으로 이주했던 고려인들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

숨결의 문화해설사는 “1863년 기근에 시달리던 함경도 주민 13가구가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연해주에 정착하면서 시작된 고려인은 1910년 8만~10만명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고려인들은 구소련 서기장인 이오시프 스탈린에 의해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다.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문화관’에 마련된 고려인 역사유물 전시관 ‘숨결’

2층 주택을 개조해 지난달 10일 개관한 숨결은 국내 첫 고려인 전시관으로 자료 2만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서는 고려인들의 역사와 일제강점기 항일무장 투쟁,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이 시련을 극복하고 정착하는 과정 등을 보여준다.

2층 기획전시실에서는 한글과 민족문화를 잊지 않고 지켜내려 한 고려인들의 의지와 노력을 엿볼 수 있다. 2020년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된 23권에 이르는 고려인 작가들의 한글 희곡과 소설, 가요집이 전시돼 있다. 90년 전 연해주에서 개교했던 한민족 첫 사범대학인 ‘고려사범대학’ 개교 90주년 특별전도 열리고 있다. 학교 졸업생들이 고려인 후손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한글> <조선어 독본> <조선어 문법> 등 교과서도 볼 수 있다.

전시관 내 설치된 ‘고려사범대학 개교 90주년’ 특별전에서는 고려인 후손들을 위한 한글교재도 볼 수 있다.

전시관이 들어선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는 2000년대 초부터 한국으로 이주한 고려인 후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월곡동 일대는 현재 고려인 7000여명이 모여 사는 국내 대표적인 ‘고려인 마을’이 됐다. 전시관에는 선주민(한국인)과 고려인이 편하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민소통방도 마련돼 있다.

숨결의 전시물 대부분은 카자흐스탄에서 1992년부터 25년 동안 한글학교 교사 등으로 활동했던 김병학 관장이 수집한 것들이다. 김 관장은 “강제이주 전까지 고려인들은 연해주에 380개의 학교와 200여개의 도서관을 세우고 극장과 예술단도 만들어 용광로처럼 민족문화를 이끌었다”면서 “강제이주로 절망에 빠졌을 때도 고려인들은 러시아인들보다 두 배 더 노력하며 일어섰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고려인들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다. 고려인 후손들이 우리와 언어로 소통되지 않으면서 그들의 업적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웠다”면서 “청소년들이 꼭 한번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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