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건희 미술관'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의 '화룡점정'

노주섭 2021. 6. 2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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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미술관 건립이 지역균형발전의 질적인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각 지역은 유치 논리로 ‘문화 분권’이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문화 중시는 한국사회 질적인 발전과 성숙을 나타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현재 전국 30여개 지자체가 지역발전을 위한 ‘문화 분권’을 강조하며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그룹과의 다양한 인연까지 내세우며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지역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이건희 미술관 건립은 ‘문화 옥상옥’일 수도 있지만 지역에서는 발전을 가져오는 단비로 여기고 있다. 지역은 자칫하면 없어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다. 부산만 해도 저출산, 인구유출로 인해 16개구 가운데 4개구가 지역소멸 위험지역이다. 여기에다 지역 버팀목인 청년들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지난해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약 3만명의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됐다. 경남은 18개 시·군 중 12곳이 소멸 위험지역이다. 그래서 부울경이 하나의 광역도시 메가시티로 가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일극체제인 헬조선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우리나라를 2극체제로 만들어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문화를 성장 동력 삼아 지역을 회생시키겠다는 지역의 간절함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이 이건희 미술관을 서울 송현동에 짓는 방안을 슬쩍 떠 본 것이나, 미술계 일각에서 지역의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공학적 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야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역균형발전을 완성하는 것은 문화 즉 콘텐트다. 콘텐트에 주목한다면 이건희 미술관을 지역에 세워야 한다. 부울경이 최적지다. 부울경 메가시티 구축을 위해 가덕신공항을 염원했던 것도 인프라 없이는 산업 발전이 없고 인구 유입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가덕신공항과 권역 내 일일 광역교통망이 갖춰지면 부울경의 제조업 기반과 어우러져 새로운 경제 도약을 가져올 것이다. 여기에 문화가 지역을 살리는 이른바 ‘빌바오 효과’가 가세하면 부울경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이건희 미술관이 지역균형발전에 있어 무형적 가치인 콘텐트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건희 미술관의 지역 건립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가늠자다. 실제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 격차는 심각하다. 현재 전국 미술관의 40%가 수도권에 집중 돼 있어 지방에서 느끼는 ‘문화 갈증’은 생각보다 크다. 이건희 미술관은 이같은 지역 격차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필자는 부산대 총장 시절부터 콘텐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콘텐트의 보고인 대학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지역균형발전의 도구로 삼자는 대학주도성장을 전파했다. 대학이 가진 콘텐트를 육성해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삼자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과 문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성장동력은 교육이고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교육의 방향성과 내용이다. 크게 보면 콘텐트다.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BTS의 경제 유발 효과가 5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보고는 교육과 콘텐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이제는 한류가 반도체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이 됐다.

문화가 부울경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이건희 미술관은 부울경에 건립돼야 한다. 이건희 미술관의 부울경 건립은 기존의 부울경 문화 인프라와 융합해 시너지를 낼 것이다. 부울경은 이미 세계적 영화제로 자리매김한 부산국제영화제와 지역 곳곳에 산재한 한국 문화, 천혜의 관광자원인 콘텐트를 갖고 있다. 여기에 2만 3000점의 수준 높은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생기면 부울경은 문화 분권의 선도지역으로 성장할 것이다. 필자는 부울경 어디라도 이건희 미술관이 건립되기를 원한다. 이건희 미술관은 부울경 메가시티 형성의 화룡점정이 돼야 한다.

전호환 동명대학교 총장(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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