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마지막 의경
[경향신문]
군사훈련소 마지막 날 체감하는 말이 있다. “군대는 줄이다.” 배치 부대나 보직(주특기)이 달라진 병사들은 연병장에 여러 줄로 세워진다. 저마다의 군 생활이 갈리는 순간이다. 그렇게 찾아간 자대에선 또 웃고 우는 일이 벌어진다. 선임병과의 거리는 멀수록, 후임병은 빨리 올수록 좋다. 서열 따라 맡는 일과 내무생활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군 계급보다 ‘신참·중고참·고참·왕고’의 위치가 더 지배하는 게 병영생활이다.
‘마지막 의경’ 선발이 22일 서울에서도 막차로 시작됐다. 2023년 5월 의무경찰 제도 폐지에 앞서 오는 10~11월 마지막으로 입영할 이들이다. 전국에서 뽑는 숫자는 329명, 후임병 경례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18개월의 의경 생활을 마칠 사람들이다. 그래도 경쟁률은 31.4 대 1에 달했다. 의경은 도시나 인접지에서 근무하고, 희망·연고지를 배려받고, 경찰 특채 응시 자격도 주어진다. 50 대 1을 웃돌 때도 있었으나 마지막 경쟁률도 낮진 않았다. 올 입영자를 더해 ‘은색 무궁화 봉오리’ 계급장의 의경은 49만9000명이 된다.
의경은 1982년 전투경찰대 설치법으로 만들어졌다. 해방 정국부터 있던 전투경찰에서 전경과 의경을 분리한 것이다. 5공 신군부에 맞선 시위·집회가 줄잇고 심야 통행금지도 풀려 치안 수요가 급증한 해였다. 방범·교통·청사방호를 맡는 의경은 2013년 훈련소에서 차출하던 전경 폐지 후 시위·집회에도 투입된다. 전·의경 모두 2000년대 들어 가혹행위가 사회문제가 돼 인권위가 폐지를 권고했고, 2011년 대대적 근절·혁신 작업 후 의경만 유지됐다. 지원자가 다시 늘자 의경은 2015년부터 추첨으로 뽑고, 2017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아들 특혜 시비가 인 경찰간부 운전병 보직은 없애버렸다.
의경 폐지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으로 시작됐다. 2023년까지 해마다 20%씩 줄이고, 경찰에선 기동대·청사방호인력을 늘리고 있다. 앞서 2016년 국방부도 출생아 감소로 줄 현역 입대자를 감안해 의경을 없애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말도 탈도 많던 의경 폐지가 ‘공공일자리 창출’과 ‘인구 절벽’이 더해진 시대적 결정이 된 것이다. 40년의 역사를 마칠 마지막 의경 329명의 건투를 빈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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