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새기는 헌법 31조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
[경향신문]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경향신문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공동으로 진행한 교육대기획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3부작이 마무리됐다. 이 기획은 헌법 조문 속에 잠자던 교육기본권을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균등’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불평등’과 ‘격차’가 메운 교육현장의 민낯을 드러냈다. 이른바 ‘능력주의’로 위장한 ‘시험주의’가 판치는 시대, 주권자들이 무엇에 불안해하고 무엇을 갈망하는지 짚었다.
기획취재팀은 중학생 37명과 대학생 21명의 인터뷰를 통해 헌법적 기본권인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일그러진 현실을 파헤쳤다. 중학생들이 느끼는 불안의 중심에는 수학 과목이 있었다. 수학에 대한 불안은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이란 부산물을 낳았다. 다수의 연구 결과, 수학 성취도는 부모의 소득과 학력 등 가정 형편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이중 삼중의 불평등 굴레에 갇혀 있었다. ‘인서울’ 대학과 지방대 간에 서열화가 촘촘하고, 같은 대학 내에서도 경제적 상황에 따라 해외연수자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처지가 갈렸다. 가정 배경이 좋을수록 고소득 직장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인식은 가설을 넘어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 역할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교육은 상위계층이 자신의 기득권을 수호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능력주의라는 신화는 왜곡된 현실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100m 달리기 경기에서 특정 선수가 30m쯤 앞서 출발한다면 어느 누구도 공정한 경쟁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 현실에선 앞서 출발한 선수들의 승리가 그들의 능력에 따른 마땅한 결과로 포장되고 있다.
이제는 불안하고 소외된 다수를 위해 대담한 조치들을 모색할 때다. 먼저 경기의 출발선을 공평하게 재조정해야 한다. 누군가는 직선 주로를 달리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수많은 허들을 맞닥뜨리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러려면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게 우선이다. 한두 번의 시험이 평생을 좌우하는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실패한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와 자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잘사는 부모, 많이 배운 부모를 갖지 못한 젊은이들도 똑같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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