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식욕 늘었다?

고재원 기자 2021. 6. 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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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남구 드림종합병원(지정 위탁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식욕이 늘었다는 후기들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 일부 매체를 통해 퍼지고 있다. 백신을 맞은 후 희귀 혈전증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다가 식욕 증진이라는 다소 '부작용인 듯 부작용이 아닌 현상'이 나타난다는 내용의  접종 후기에 사람들은 흥미를 갖고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일단 공식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코로나19예방접종추진단을 비롯해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 국내외 기관들에 보고된 얀센 임상시험 이상사례에는 ‘식욕 증진’이라는 부작용은 보이지 않는다.  얀센은 4만 378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백신을 맞은 그룹이 1만 9630명, 맞지 않은 대조군이 1만 9691명이다. 백신을 맞은 그룹에서 116명이, 맞지 않은 그룹에서 34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66.9% 예방효과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그 외에 이상사례를 보면 48.6%가 주사를 맞은 부위에 통증을 호소했고 두통은 38.9%, 피로감은 38.2%, 근육통은 33.2%가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 역시 2~3일 후 대부분 사라졌다는게 공식적인 결과다.  

그렇다면 왜 백신을 맞고 식욕이 생겼다는 말이 나왔을까. 보통 식욕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식욕을 촉진하고, 반대로 렙틴은 식욕을 억제한다. 백신은 몸 안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이기 때문에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질병관리청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유럽 의약품청(EMA) 등 그 어느 방역당국도 백신 접종과 식욕 간의 상관관계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관련된 과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아비솔라 올루에이드 미국 샌디에이고 샤프헬스케어 전문의는 미국 매체 ‘리파이너리29’에 “사람마다 가진 면역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동일한 부작용을 느끼진 않는다”면서 “식욕 감퇴나 증진이 누군가에게는 부작용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코로나19 백신과 식욕과의 관계는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식욕이 당기는 이유를 백신의 효과가 아닌 심리적 영향에서 기인된 것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령 백신을 맞고 안도감과 같은 심리적  안정감이 식욕 증진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반대로 오히려 심리적 이유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난 후 식욕이 떨어졌다는 후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백신이 메스꺼움과 피로감이라는 부작용을 유발해 식욕 부진이 일어날 개연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폴 포팅거 미국 워싱턴대 의대 감염학과 교수도 “백신 자체가 식욕과 관련된 부작용을 직접적으로 유발한다기보다 다른 부작용들로 인해 잠재적으로 식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수 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 받았지만 실제 접종이 진행되며 이상반응의 종류와 빈도가 국가와 인종마다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실제 백신을 맞은 접종자들에게 나타난 이상반응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포팅거 교수는 “임상시험은 수 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실제 접종은 그보다도 훨씬 많은 수천만명을 대상으로 한다”며 “더 많은 부작용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작용과 관련된 데이터를 지속해서 수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에 따르면 23일 0시까지 백신을 한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1509만8856명에 이른다. 이 중 부작용을 신고한 사람은 7만 6109명이다. 백신을 맞은 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근육통과 두통, 발열, 오한, 메스꺼움 등의 사례가 7만 2383건으로 전체의 95.1%를 차지한다. 중대 부작용 사례는 3726건으로 3006건이 신경계 이상반응 등 주요 이상반응 사례, 411건이 몸에서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알레르기 면역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 309건이 사망으로 집계됐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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