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라틴 리듬이 팝콘처럼 톡톡..뮤지컬영화 '인 더 하이츠'

서정민 2021. 6. 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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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뮤지컬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30일 개봉
원작자 린마누엘 미란다·존 추 감독 인터뷰
영화 <인 더 하이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016년 세계를 홀린 <라라랜드> 이후 또 한편의 걸작 뮤지컬 영화가 찾아온다. 오는 30일 국내 개봉하는 <인 더 하이츠>다. 미국에서 지난 10일 국내보다 먼저 개봉한 영화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23일 현재 평론가 ‘신선도 지수’ 96%, 관객 평을 담은 ‘팝콘 지수’ 95%로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인 더 하이츠>는 미국 뉴욕 워싱턴하이츠 지역에 모여 사는 라틴계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린마누엘 미란다는 19살이던 1999년 뮤지컬 대본과 노래를 만들어 자신이 다니던 대학 극단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2008년 직접 주연을 맡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막을 올렸고, 토니상 최고 뮤지컬상, 음악상, 안무상 등 4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영화 <인 더 하이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번 영화 제작을 맡은 미란다는 지난 3일 <한겨레>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19살에 이 작품을 쓸 때 워싱턴하이츠에서 살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이민자 아이들과 함께 산 경험이 나 자신을 작품에 투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연출자로 중국계 미국인 존 추 감독을 선택한 데 대해 “우리와 같은 이민자 출신으로서 이민자들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감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존 추 감독도 <한겨레>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미란다와 처음 만났을 때, 이민자 가정 출신 아이가 품은 꿈과 희망은 영화에 담아낼 가치가 있는 원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서로 마음이 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민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서로 배려하고, 같은 지역사회 일원으로, 한 가족으로 서로 아끼는 점에 특히 공감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인 더 하이츠> 촬영 현장의 존 추 감독(왼쪽)과 린마누엘 미란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는 워싱턴하이츠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며 고향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돌아갈 꿈을 꾸는 청년 우스나비(앤서니 라모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패션디자이너를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갇힌 바네사(멜리사 바레라), 명문 스탠퍼드대에 입학했지만 인종차별 등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니나(레슬리 그레이스), 불법 이민자 처지여서 학교에도 못 가는 소니(그레고리 디아스 4세) 등의 사연이 더해진다. 그럼에도 꿈과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희망가’와 흥겨운 춤이 힙합과 라틴 리듬을 타고 상영시간 2시간22분 내내 펼쳐진다.

라틴 지역사회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것과 관련해 미란다는 이런 말을 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초연 당시엔 주류 매체에서 라틴계를 긍정적으로 다룬 경우가 드물었다. 범죄나 마약이 중심이 되지 않는 라틴계 이야기라는 이유로 ‘미화됐다’ ‘<세서미 스트리트>(어린이 프로그램) 같다’고 한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의 평도 있었다. 라틴계에 대한 편견을 배반하는 이야기일 테니 뉴스만 보는 사람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사회를 애정으로 그려내는 라틴계 작가의 이야기에선 가능한 일이다.”

영화 <인 더 하이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존 추 감독은 전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에서 아시아계 인물들을 전면에 내세워 큰 성공을 거두며 할리우드의 관점을 바꾼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크레이지…>는 일종의 투쟁이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다른 투쟁이지만 해결책은 같다. 인간은 다 같은 인간이고, 우리 모두 서로 도움으로써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공감이다. 진정한 변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좋았던 점은 우리가 다음 세대를 위해 세상의 다음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줬다는 거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를 개봉하게 된 데 대해서도 이들은 절망보다 희망을 말했다.

“팬데믹 이전에 찍어서 거리에서 서로 껴안고 키스하고 수영장에서 함께 수영하는, 지금 우리에게서 박탈된 일상의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곧 되찾았으면 하는 우리의 ‘정상적 삶’을 대변하기에 보는 즐거움이 더할 것이다.”(미란다)

영화 <인 더 하이츠>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꿈과 희망이 있어도 거기 도달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무기력함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 팬데믹 시대의 한 측면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좌절해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서는 기분, 우리 동네, 가족, 친구뿐 아니라 완전한 타인도 나를 격려해줄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그려내는 가치다. 관객들이 이런 감정을 느끼고 더 강해져서 극장을 나서길 바란다. 관객들은 아마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가볼 일 없는 그 동네의 기쁨, 아름다움, 사랑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출신과 상관없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될 거라 믿는다.”(존 추)

영화 <인 더 하이츠>에 빙수 노점상으로 출연한 린마누엘 미란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덧붙이자면, 미란다가 뮤지컬 <인 더 하이츠> 후속으로 기획·극본·작사·작곡·연기를 맡아 2015년 초연한 뮤지컬 <해밀턴>은 브로드웨이 역대 흥행 기록을 세웠고, 토니상 11개 부문을 휩쓸었다. 알렉산더 해밀턴 미국 초대 재무장관의 일대기를 다룬 이 작품으로 미란다는 퓰리처상, 에미상, 국가예술훈장인 케네디센터 아너 특별상을 받았다. 또 ‘천재상’으로 불리는 맥아더 펠로십의 영예도 안았다. 그는 <인 더 하이츠> 영화에 빙수 노점상으로 등장해 감초 노릇을 톡톡히 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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