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그늘, 불발탄의 피해자들

한겨레 2021. 6. 2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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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벌써 68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상흔은 아직도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사단법인 평화나눔회가 실시한 전국의 지뢰·불발탄 피해자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휴전 이후 우리 강산에 남아 있던 전쟁잔류불발탄에 의하여 사망하거나 다친 민간인이 6428명에 달한다.

전쟁의 그늘에서 남몰래 고통당해야 했던 지뢰·불발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돌보지 않고 어떻게 평화의 시대를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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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조재국ㅣ장안대학교 이사장·전 국방부 지뢰피해자지원심의위원회 위원장

한국 역사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벌써 68년이 다가오고 있지만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상흔은 아직도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사단법인 평화나눔회가 실시한 전국의 지뢰·불발탄 피해자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휴전 이후 우리 강산에 남아 있던 전쟁잔류불발탄에 의하여 사망하거나 다친 민간인이 6428명에 달한다. 그중 초등생 이하 어린이가 43.7%이고, 청소년 피해자를 포함하면 62.9%를 차지한다. 대부분은 모르고 탄약을 두드리다가 즉사하거나 치명상을 입었다. 이는 세계적인 지뢰·불발탄 오염지역인 캄보디아, 앙골라, 아프가니스탄 이상의 비극적인 상황이다. 이런 지역의 피해자들은 한국을 비롯하여 국제적인 구호의 손길이 닿아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한국 피해자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국가안보의 그늘에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국의 지뢰 사고는 주로 민통선 지역의 미확인지뢰지대 일대에서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일어났고, 어른은 발목 절단에 그치지만 어린이는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가족 6명 중 4명이 지뢰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3대를 거쳐 불발탄 사고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 송파구 공수부대 사격장 근처에서 1972년 5월 청소년들이 불발탄 사고로 8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고, 낙동강 전투 지역인 경북 영주에서는 1966년 2월 초등생 13명이 하천변에 떠내려온 불발탄 주위에 모여 있다가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기 파주에선 1965년 10월 대형포탄이 폭발하여 2~5살 어린이 5명을 포함하여 16명이 숨지고 22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휴전 직후인 50년대와 60년대에는 매년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불발탄 사고로 희생을 당했고, 2010년 이후에도 30여명의 민간인이 사고를 당하였다. 지난 6월4일에도 고양 장항습지에서 환경운동가가 지뢰폭발로 발목이 절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서의 지뢰·불발탄 피해는 안보재해라고 보아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하여 사용한 무기에 의하여 아무런 방비가 없는 민간인, 그것도 어린이, 청소년들이 목숨을 잃고 수족이 절단되고 실명되는 피해를 입었다면 마땅히 국가와 국민이 이들을 위로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7천여명에 달하는 피해자와 가족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통의 세월을 감내하여야 했다. 한국 정부와 코이카는 아시아, 아프리카의 지뢰 제거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하여 500억원 이상을 출연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피해자들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가 2015년부터 법 제정으로 지뢰 피해자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피해자들은 희생 대가가 고작 2천만원이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의 시계는 휴전상태를 끝내고 평화시대로 진입하려 하고 있다. 전쟁의 그늘에서 남몰래 고통당해야 했던 지뢰·불발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돌보지 않고 어떻게 평화의 시대를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전쟁의 끝에서 평화를 찾아 안심하고 있을 때, 전쟁의 그늘에서 꽃다운 나이에 생명을 잃거나 소중한 신체의 일부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이제는 위로의 손길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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