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비웃은 광주 동구청..'철거 허가→감리자 지정' 절차 어겼다

김용희 2021. 6. 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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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동구청이 사상자 17명이 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공사 감리자를 지정하면서 절차를 어긴 채 엉터리 통보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감리자 지정 과정에서 불법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3일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이 공개한 광주 동구청의 '학동4구역 해체공사감리자 지정통보서'를 보면 대상 지역과 해체 건축물 수, 허가(신고)번호, 허가일, 대지면적 등 주요 내용이 누락된 채 감리자 정보만 기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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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허가 두달 전 감리자 이미 지정해
최춘식 의원, 감리자 지정 통보서 공개
건물 수·허가번호 등 주요 내용 누락도
사상자 17명이 발생한 광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해체공사 감리자가 22일 광주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정을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광주 동구청이 사상자 17명이 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공사 감리자를 지정하면서 절차를 어긴 채 엉터리 통보서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감리자 지정 과정에서 불법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3일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이 공개한 광주 동구청의 ‘학동4구역 해체공사감리자 지정통보서’를 보면 대상 지역과 해체 건축물 수, 허가(신고)번호, 허가일, 대지면적 등 주요 내용이 누락된 채 감리자 정보만 기재돼 있다. 지정된 감리자는 전날 감리 업무를 소홀히 한 혐의로 구속된 차아무개 건축사다. 동구청은 지난해 12월31일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에 이 통지서를 보냈고 조합은 차씨와 감리 계약을 맺었다.

건축물관리법(31조)에서는 자치단체(철거 허가권자)가 철거 허가를 낸 후 감리자를 지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동구청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학동4구역 철거대상 건물 610개 중 철거 허가 대상(4층 이상, 높이 12m 이상, 연면적 500㎡ 이상)은 43개다. 동구청은 올해 2∼4월 조합이 1차로 신청한 24개 건물 해체허가를 승인했고 지난달 25일 사고 건물을 포함한 11개 건물의 2차 해체허가를 내줬다. 첫 해체허가 승인 두 달 전에 이미 감리자를 지정해 통보한 것이다.

차씨는 이후 부실하게 작성된 해체계획서를 적합하다고 판정하고, 현장 점검과 감리일지 작성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관련법엔 감리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해체작업순서, 해체공법 등 해체계획서에 맞게 공사하는지 여부 확인’ ‘화재 및 붕괴 방지대책, 교통안전 및 안전통로 확보, 추락 및 낙하 방지대책 등 안전관리대책에 맞게 공사하는지 여부 확인’ 등으로 정하고 있다.

23일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이 공개한 광주 붕괴사고 관련 감리자 지정통지서.최춘식 의원실 제공

차씨가 허가 전에 감리자로 선정된 배경에 대해서 경찰은 제삼자의 청탁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광주 동구청 건축과 7급 공무원을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 공무원은 광주광역시가 보유한 감리자 명단에서 무작위로 선정하거나 순번제로 지정해야 하지만 전직 공무원 ㄴ씨의 청탁을 받고 차씨를 내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탁 목적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해체허가 승인 전에 차씨가 감리자로 지정된 상황이 불법 청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철거공사 과정에서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지며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덮쳐 탑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철거공사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발주했지만 실제 공사는 백솔건설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 공무원 등 19명을 입건해 부실 공사와 불법 하도급 여부를 수사 중이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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