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바이든의 '逆닉슨' 전략과 文의 反국익

기자 2021. 6. 2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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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美中 핑퐁외교 50년만의 반전

중국과 러시아 연대서 러 분리

G7성명 B3W는 新마셜플랜

호주 ‘中의 조용한 침공’ 대항

文 호응 땐 신남방정책에 기회

임기 말이라도 국익 앞세워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 5개월 만에 ‘미국의 세계 복귀’를 앞세워 반중 국제 연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미·유럽연합(EU) 정상회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항상 유럽과 함께할 것”이라며 안보 협력을 약속했다. 미국이 슈퍼 파워로서 책임을 갖고 세계 문제에 관여할 것임을 동맹국에 확인시켰다. 유럽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미·러 정상회담을 배치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냉전 시대 맞수였던 러시아를 예우한 것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가치 있는 적수’로 존중한다는 뜻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선 향후 4년 외교 구상이 드러난다. 취임 후 미국·일본·호주·인도 연합체인 쿼드(Quad) 화상 정상회의에 이어 한·일 정상과 각각 정상회담을 했고 이후 G7·EU·나토, 러시아까지 엮어냈다. 중국을 포위·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 분명히 드러난다. 커트 캠벨 인도·태평양 정책조정관은 앞서 “대중 관여정책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1971년 미·중 핑퐁 외교에 이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의 방중은 소련 편에 있던 중국을 떼어내기 위한 대중 관여 정책의 첫 시동이었다. 이제 미국은 반세기 만에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정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逆) 닉슨 전략’을 쓰고 있다는 평이 워싱턴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공화당의 반중 기류는 더 강해 2024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중국 고립·배제 전략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문제를 쿼드, 미·일, 한·미, 그리고 G7 공동성명에 관철했다. 나토는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조직적 도전자’ ‘잠재적 적’으로 규정하며 한국 등 아태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을 적시했다. 중국이 무력을 동원해 대만과 통일을 시도할 경우 쿼드 및 G7, 나토의 자유진영 국가들이 연대해 저지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때 통과된 당 강령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 삭제됐다. 전체주의적 중국공산당의 위협에 맞서 자유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

G7 정상회의에서 ‘더 나은 세계 재건(B3W)’ 플랜이 발표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빈국을 부채의 덫에 빠뜨려 외교적 예속을 초래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 속에서 자유 진영의 대안이 제시된 것이다. G7 국가들은 다국적 민간부문과 연대해 개발도상국에 통신, 기후변화, 보건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냉전 시대 미국의 서유럽 지원 프로그램인 마셜 플랜을 신냉전기 글로벌 버전으로 확장한 격이다. 한 컨설팅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B3W 플랜은 호주 정부가 일본과 협력해 준비했다. 이것을 미국이 글로벌 반중 프로젝트로 키워 G7 어젠다로 발전시킨 것이다.

호주가 G7 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면서도 이 프로젝트를 마련해 쿼드 회원국인 미·일과 구체화한 것은 놀랍다.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보이지 않는 붉은 손’ ‘중국의 조용한 침공’에서 폭로됐듯, 호주는 화교를 통한 중국공산당의 치밀한 침투로 정치가 휘둘리며 경제마저 중국의 무역 보복으로 위기에 빠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호주는 대중 굴복 대신 자유 진영 국가들과 연대해 대항하는 플랜을 짠 것이다. B3W 첫 프로젝트로는 동남아시아 텔레콤 부문에 대한 수십억 달러 투자 사업이 추진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도 통하고, 삼성전자 등이 참여할 부분도 많아 한국엔 기회다.

그러나 청와대는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자 “초청국으로 참여했을 뿐이고, 성명엔 서명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G7 참석을 한국의 국격 상승 상징이라고 자랑하면서도 중국의 압박에 절절매며 구시대적 안미경중(安美經中) 논리를 고수하는 것은 대중 투항과 다름없다. 그럴수록 중국의 갑질은 거세질 것이다. 앞서 중국이 사드 보복을 하자 안보 주권 포기에 해당하는 ‘3불(不) 합의’를 한 바 있다. 정권 초엔 어수룩하게 실수를 했지만 이젠 달라야 한다. 문 대통령은 G7에서 확인한 자유 진영 연대 정신을 쿼드 참여로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국격을 높이고 경제를 살리는 국익 외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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