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데만 2시간..'성층권 풍선여행' 시험비행 성공
여객기 고도 3배 높이서 둥근 지구 조망
저궤도·준궤도 관광보다 싼 요금 내세워
우주관광 대신할 여행 사업으로 추진중
2020년대 들어 불어닥치고 있는 우주관광 개발 붐이 지구 저궤도, 준궤도에서 고도를 낮춰 성층권까지 확장될까?
고도 20~50㎞의 성층권에선 무중력 체험은 할 수 없지만 여객기 고도보다 3배 이상 높은 하늘에서 둥글고 푸른 지구를 눈으로 확인하고 우주와 지구를 한눈에 담아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우주관광기업 스페이스 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가 여객풍선을 이용한 첫 성층권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성층권 여객풍선 시제품 넵튠원(Neptune One)이 지난 18일 오전 5시23분(미 동부시각 기준)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인근 스페이스코스트 공항을 이륙해 고도 10만8409피트(약 33km)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6시간39분 뒤 플로리다 해안에서 80km 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람은 탑승하지 않았다. 이날 비행은 성층권관광용 여객풍선의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광범위한 시험과정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회사 공동대표이자 설립자인 테이버 맥칼럼은 “시험비행은 조종사 없이 이뤄질 것이며, 우주로 가는 매우 안전한 방법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상승, 활공, 하강에 각 2시간씩...2024년 상용화 목표
이 회사의 성층권 여객풍선 ‘스페이스십 넵튠’은 기구와 객실, 약 200미터의 연결선으로 구성돼 있다. 시험 단계를 끝내고 본 여행에 들어가게 되면 객실에는 조종사 1명과 승객 8명이 탑승한다. 객실 안엔 좌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곳, 화장실이 있으며 무선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다. 이륙해서 고도 30km의 성층권에 도달하는 데 2시간, 이어 활공과 하강에 각각 2시간씩 모두 합쳐 6시간짜리 여행이다. 새벽에 출발해 별구경을 하며 올라가며, 성층권에 다다를 때쯤 해가 뜬다. 커다란 전망 창을 통해 암흑의 우주와 푸른 지구, 그리고 그 사이의 일출 장면을 한꺼번에 구경하는 여정이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2023년 첫 유인비행, 2024년 첫 상업비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성층권에서도 조망효과 체험 가능한 데 착안
이 회사가 성층권 여행을 추진하는 이유는 조망효과를 경험할 수 있는 우주여행의 대중화를 위해서다. 조망효과란 우주에서 아름답고 푸른 지구를 바라본 뒤 일어나는 가치관의 변화를 말한다.
현재 우주여행을 하는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고도 수백km의 지구 저궤도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을 방문하거나 우주선을 타고 저궤도를 며칠 동안 도는 방법이다. 스페이스엑스의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건,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을 이용하면 된다. 그러나 이 우주선에 탑승하려면 수백억원의 돈을 내야 한다. 우주여행을 견뎌낼 체력 조건도 갖춰야 하고 사전에 훈련도 받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블루오리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의 버진갤럭틱이 추진하는 고도 80~100km의 준궤도 우주관광이다. 아직 정식 상품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천문학적 요금의 저궤도 관광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우주경계선을 다녀오는 이 여행에 참가하는 데도 수억원이 든다.
요금 1억4천만원...준궤도 우주관광의 절반
그런데 굳이 우주까지 갈 것 없이 성층권까지만 가도 지구 곡면과 우주를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성층권 여행은 이 점을 겨냥해 더 저렴하게 조망효과를 누릴 수 있는 대안으로 기획한 여행사업이다. 현재 잠정적으로 책정해 놓은 탑승 요금은 12만5천달러(약 1억4천만원)이다. 버진갤럭틱의 고도 80km 1시간 여행 상품 비용 25만달러(2억8천만원)의 절반이다.
이 회사가 출범한 것은 2019년이지만 공동설립자인 테이버 맥칼럼과 제인 포인터 부부는 이미 2013년 같은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고고도 풍선을 타고 천문학을 연구했던 아버지를 보고 자라온 맥칼럼의 경험이 성층권 풍선여행 사업의 동력이었다고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2016년 사업을 접었던 그는 억만장자 기업인들의 치열한 우주여행 사업 경쟁을 보고 다시 뛰어들었다.
스페인의 두 기업도 성층권 풍선여행 추진
성층권 여행을 추진하는 곳이 이곳만은 아니다. 스페인의 제로투인피니티(Zero 2 Infinity)도 성층권 여객풍선 블룬(Bloon)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안에 첫 유인 시험비행을 할 계획이지만 상용화 시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 요금은 13만달러로 잡고 있다.
이 회사의 성층권 풍선여행은 조종사 2명이 승객 4명을 태우고 고도 36km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는 방식이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4.5시간의 여정이다. 상승하는 데 1.5시간 성층권 여행에 2시간, 낙하산을 타고 하강하는 데 1시간이다. 착륙 지점은 출발 지점에서 300km 이내다. 2012년 로봇을 탑재한 채 고도 32km까지 올라갔다 온 적이 있으며, 2017년엔 풍선과 로켓을 결합한 시제품으로 고도 40km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2009년 이 회사를 창업한 호세 마리아노 로페즈-우르디알레스(Jose Mariano Lopez-Urdiales)는 수십년 동안 성층권 풍선 분야에서 일해온 경력을 갖고 있다. 천체물리학자인 아버지와 함께 헬륨 풍선을 띄우는 일을 하면서 성층권 풍선여행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또다른 스페인 신생기업 이오스엑스 스페이스(EOS-X Space)도 고도 40km의 성층권 풍선 여행을 추진하고 있다. 탑승객은 5명, 총 비행시간은 4~5시간, 착륙지점은 출발지점에서 최대 200km다. 내년 유인 시험비행을 거쳐 2023년 첫 상용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탑승권은 15만~20만달러로 잡고 있다.
이 회사는 그러나 비행 방식이 비슷한 제로투인피니티로부터 사업 계획을 베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성층권 여행의 장단점은?
업체들이 말하는 성층권 풍선여행의 장점은 저궤도 및 준궤도 관광에 비해 요금이 저렴하다는 점 외에도 여럿 있다. 우선적으로 꼽는 것은 폭발 위험이 있는 로켓연료를 쓰지 않아 안전하다는 점이다. 고도 급상승에 따른 신체 압박과 고통도 훨씬 덜하다. 따라서 우주비행사들처럼 특별한 체격이나 체력을 갖추거나 훈련을 받지 않아도 된다. 또 로켓의 굉음이나 연료 연소에서 오는 탄소 배출 우려도 없다고 말한다. 10일 가까이 소요되는 저궤도 여행이나 1시간도 채 안되는 준궤도 여행과 비교할 때, 성층권 풍선여행은 4~6시간으로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은 것도 유리한 점으로 꼽는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이번 시험비행에서 사람 대신 노던플로리다대의 오존 센서를 비롯한 과학실험 장비를 성층권에 싣고 갔다. 이는 성층권 풍선이 여행 경험과 동시에 대기과학 등의 연구 플랫폼으로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주여행의 대안이라고 해도, 여전히 억대를 호가하는 값비싼 여행 범주인 것은 마찬가지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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