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생산비 25% 줄인다는 BMW.. 노동·갈등 비용 높아지는 한국

연선옥 기자 2021. 6.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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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그룹이 2025년까지 차량 한 대당 생산 비용을 25% 줄이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 다임러와 아우디 브랜드를 운영하는 폭스바겐 등 기존 경쟁사뿐 아니라 테슬라와 같은 신생 업체와도 시장을 나눠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밀란 네델리코빅 BMW 생산 책임자는 최근 독일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2025년까지 차량 생산 비용을 2019년 대비 25% 낮출 것”이라며 전사적인 개선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비용을 줄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구체적인 절감 목표를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전동화·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의 전환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위기와 관련이 깊다. 자동차 산업의 주력 모델이 전기차로 전환되고, 차내 전자장비(전장)용 부품 비중이 확대되면서 완성차 업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독일에 있는 BMW 딩골핑 공장 모습./BMW 제공

예를 들어 기계 부품을 조립해 내연기관차를 생산할 땐 부품 공급량과 단가를 결정할 수 있는 협상 우위가 완성차 업체에 있었다. 하지만 배터리를 핵심으로 하는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원자재(배터리의 주요 원료)의 수급과 가격 변동이 큰 리스크 요인이 됐다. IT 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전장용 부품에 대해서도 완성차 업체가 통제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이 크게 줄고 이에 따라 가격이 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통제 가능한 생산 비용을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는 자동차 업체의 고정비 중 비중이 크고 운용의 묘를 발휘할 여지가 있다. BMW 그룹을 포함해 다임러, 폭스바겐 등은 미래차 시대에 대응해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생산 비용을 낮추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생산 비용을 감축하고 나서면서 한국 자동차 공장의 상황은 더 암담해지게 됐다.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그룹은 제작 품질과 생산성이 높다는 이유로 한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했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높아졌고 반복되는 노사 갈등의 결과로 공급 안정성이 떨어지고 갈등 비용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생산 비용이 올라가면서 생산성이 낮아지는 상황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르노그룹은 품질·비용·시간·생산성 지표를 바탕으로 전 세계 19개 르노그룹 공장의 경쟁력을 평가하는데, 부산 공장의 경쟁력은 2018년 1위에서 2019년 5위, 2020년 10위로 계속 떨어졌다. 특히 비용 부문은 최하위권 수준이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올리버 와이먼사가 전세계 148개 공장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평가한 지난 2016년 하버리포트에서 르노삼성은 종합 8위를 기록했다. 현재 순위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부평(119위)·창원(41위) 공장 순위 역시 하버리포트에서 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모습.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 5월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는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연합뉴스

생산성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지만 고질적인 노사갈등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사측과 본격적인 임금·단체협상에 돌입한 한국GM 노조는 성과급 지급과 투자 계획 확정,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르노삼성은 전면 파업을 단행하는 등 사측과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국내 공장에 생산성 개선을 요구하던 GM과 르노그룹은 최근 경고 메시지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GM 경영진은 이달 미국 본사를 방문한 김성갑 노조위원장 등 한국GM 노조 지도부에 “세계 40개 GM 공장이 물량을 따내려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 한국 공장에 추가로 일감을 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판매량 확대 대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경영 전략 ‘르놀루션’을 발표한 르노그룹 역시 르노삼성을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업장으로 꼽았다. 노사 협력을 통해 생산비를 줄이지 않으면 추가 일감을 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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