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생 靑비서관, 20대 흉내 대선주자들, 쇼로 청년표 구걸하나

조선일보 2021. 6. 2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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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김한균 정무비서관, 이승북 교육비서관 내정자/KTV 캡처

대통령이 대학생인 박성민(25) 전 민주당 최고위원을 청와대 청년담당 비서관에 임명한데 대해 청년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시 출신도 25년 정도 걸리는 1급 공무원 자리에 이렇다 할 공적도 없고 능력도 입증되지 않은 25세 대학생을 임명한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대학생 비서관 임명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으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야당에 쏠리고 있는 ‘이준석 현상'에 맞불을 놓으려다 역효과만 낸 셈이다. ‘이준석 현상'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를 헛짚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2030세대들이 이준석 대표 당선에 환호한 것은 계파도 돈도 없는 30대 정치인이 자신의 실력만으로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친 4선, 5선 경쟁자들을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취업과 학업 전선에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공정한 경쟁 여건만 주어지면 나도 이준석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2030세대들은 ‘평등 공정 정의'라는 깃발을 내걸고 출범하더니 위선과 불공정의 상징인 조국 같은 사람을 감싸고 우대하는 문재인 정권에 실망하고 배신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준석 체제 야당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시작한 것이다.

집권 세력이 청년 세대의 지지를 다시 얻고 싶다면 그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면 된다. 그러나 지금의 민주당은 입바른 소리조차 함부로 낼 수 없는 권위주의에 짓눌려 있다. 젊은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와 박원순·오거돈 성추행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가 열성 지지자들에게 혼쭐이 나고 꼬리를 내려야 할 정도다.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청년 특임장관이니 20대 대학생 청와대 비서관 같은 생색을 낸다고 청년 표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면 젊은 세대를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

60·70대 여당 대선 주자들이 게임하는 시늉을 하고, 힙합 가수처럼 분장해서 뮤직 비디오까지 찍으며 청년 표를 구걸하는 모습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다. 2030세대들이 기성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청년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그 해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어른스러운 태도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20대 흉내를 내는 쇼를 한다고 청년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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