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아마존 주문을 망설인 까닭
“놓칠 수 없는 기회.”
21일(현지 시각)부터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상품 200만개를 대폭 할인 판매하는 아마존 프라임데이가 열렸다. 외신들은 이틀간 이어지는 아마존 프라임데이를 소개하며 놓치면 아쉬운 쇼핑 목록을 소개하는 데 열을 올렸다. 아마존 앱에서는 프라임데이 마감 시간을 알리는 초시계가 빠르게 숫자를 바꾸며 카운트다운 중이었다.
기자도 평소 눈여겨봤던 전자 제품을 살펴보니 평소보다 최대 30% 할인된 가격이었다. 그러나 결제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졌다. 지친 얼굴로 커다란 상자를 배달하는 아마존 배송 기사의 얼굴을 여러 차례 봤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1일 배송인 프라임 서비스로 미국 소매 시장을 천지개벽시켰다. 미국인, 아니 전 세계인의 소비 생활은 아마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편리함을 누리는 사이 아마존에 하청 형태로 계약된 배송 기사 11만5000명의 삶은 점점 고달파졌다. 이들은 프라임 서비스 유료 회원 2억명에게 하루 만에 물건을 배송하려 하루 8~10시간씩 쉴 새 없이 일한다. 미시간주에서 아마존 배송 기사로 일하는 샤린 윌리엄스는 미 CNBC에 “바쁠 때는 하루에 199개 지역에 제품 320개를 배송했다”고 말했다.
일부 아마존 배송 기사는 하루 내 배송을 마치려면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배송용 밴에서 페트병에 소변을 본다고 했다. 빠른 배송을 위해 정지 신호등을 무시하고 달린다고도 했다. 안전벨트 매고 푸는 시간도 줄이려 아예 매지 않는 배송 기사도 많다고 CNBC는 전했다. 빠른 배송이 낳은 부작용이다. 아마존을 보이콧하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큰 타격은 없었다. 지난 4월 아마존은 “배송 기사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주문 처리에만 몰두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달라진 점은 없다.
한국의 아마존을 표방하며 급성장한 쿠팡은 아마존의 그림자도 닮은 모양이다. 최근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쿠팡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발생한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쿠팡의 안전 불감증과 직원 처우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1년 반 사이 쿠팡에서 일하던 노동자 7명이 과로사했다. 아마존 배송 기지에서 일하는 직원이 다른 기업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보다 업무상 재해를 당할 확률이 50% 높은 것과 비슷하다.
세계적으로 많은 소비자가 사회적으로 올바른 행위를 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국의 소비자들도 쿠팡이 제공하는 배송 혜택을 이용하지만, 또한 쿠팡이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를 원한다. 쿠팡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직 아마존도 하지 못한 안전 관리와 직원 처우 개선에 나서면 어떨까. 이 또한 ‘놓칠 수 없는 기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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