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KCC 정몽진 회장과 소리박물관
"부친 유산 사회 환원" 밝혔지만
건축자재 한길 선친 삶과 무관
취미 살려 세금 회피 의도 의혹
KCC 정몽진 회장이 ‘소리박물관’을 짓는다. 어떤 박물관을 말하는지 바로 와닿지 않는데, 오디오박물관이다. 정 회장은 오디오 마니아이자 수집가로 유명하다. 특히 오래되고 높은 가치를 지닌 빈티지 오디오에 관심이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시간만 나면 음악실로 향한다. 주말엔 연락이 두절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재력가가 사재를 털어 홀로 향유하던 아날로그 고급 감성을 시민과 공유하겠다고 나섰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
박물관 프로젝트에 대해 정 회장은 “부친의 뜻을 받들어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우선 ‘사회 환원’에 대한 의문이다. 공익재단을 설립해 상속·증여 받을 지분을 기탁하는 방법은 자산가의 세금 회피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정 회장이 1400억원을 물려받았다면 상속세 815억원 정도를 납부해야 했다(할증 20%, 최고세율 50%, 자진신고 공제 3% 적용). 이를 피하면서, KCC 지분율은 19.58%에서 사실상 22.58%로 지배력이 확대됐다. 공익재단이 출연자와 관련된 지분을 보유하면 생기는 문제점이다. 세금은 피했고 부는 손실 없이 물려받았으며 경영권은 강화된 것이다. 이것이 사회 환원인가. 조만간 정 회장은 법정에도 선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지정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면서 차명이나 친족 소유의 계열·협력사 정보를 누락한 혐의다. KCC는 이런 수법으로 대기업에서 빠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를 피했고, 정 회장이 이를 알았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여기엔 오디오 유지·보수 전문업체(실바톤어쿠스틱스)도 등장한다. 차명으로 소유했다고 한다.
마지막 의문은 정 회장의 가치관에 관한 것이다. 옳은 것과 그른 것,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관한 인식, 태도 말이다. KCC는 어떤 기업이고 창업주인 부친의 업적은 무엇인가. 큰형(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1958년 건축자재 회사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해 재계 서열 33위 그룹으로 일궜다. 60년간 고집한 현장경영의 결과다. KCC는 창업주 별세 관련 보도자료에서 ‘해외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독자 개발해 기술 국산화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소탈하고 검소한 성격으로 스스로 모범을 보인 경영자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같은 부친의 삶과 업적을 정 회장은 어떤 방식으로 기려야 하는가. 2005년 설립된 ‘포니정재단’은 최초의 국산차 포니 등 개발을 주도하며 한국자동차산업을 개척한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혁신과 도전정신, 인재 중시 철학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해 아들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세웠다. 대관절 오디오박물관이 웬 말인가. 재계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미8군을 통해 LP판을 상당 규모로 수집했다”면서 “명예회장님은 그런 행동을 언짢아 했다”고 전했다.
조현일 특별기획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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