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복귀전 임찬규 "146km와 슬라이더, 아버지가 주신 선물"

윤세호 2021. 6. 2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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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투수 임찬규가 22일 문학 SSG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 | 연합뉴스

[문학=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다시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구속이 잘 나왔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강조하셨던 슬라이더도 갑자기 잘 들어간다. 분명 아버지가 하늘에서 경기를 보고 좋아하실 것 같다.”

LG 선발투수 임찬규(29)가 자신과 팀 모두에게 의미있는 복귀전을 만들었다. 입단 첫 해였던 2011년 이후 선발투수로서 가장 빠른 공을 던졌고 수년 동안 풀지 못한 과제였던 슬라이더도 마음껏 구사했다. 지난달 19일 아버지와 이별하기에 앞서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들을 마운드 위에서 고스란히 펼쳐보였다.

임찬규는 22일 문학 SSG전에서 92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2안타 4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활약했다. 1회부터 140㎞ 중반대 패스트볼을 구사했고 이전에는 비중이 극도로 낮았던 슬라이더도 구사해 상대를 압도했다. 1회말 두 번째 타자 추신수를 145㎞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하더니 세 번째 타자 최정은 몸쪽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후에도 임찬규는 7회까지 든든히 마운드를 지키며 올시즌 첫 승을 거뒀다. 최고 구속은 146㎞를 찍었다. 동료들 또한 돌아온 임찬규를 장타와 호수비로 반겼다. LG는 역대 구단 최다인 팀홈런 7개를 쏘아올리며 14-1로 완승했다. 수비에서도 정주현, 문보경, 김용의 등이 어려운 타구를 처리했다.

경기 후 임찬규는 구속이 부쩍 올라간 비결에 대해 “특별한 비결은 없다.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다시 운동을 하는데 갑자기 구속이 잘 나왔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강조하셨던 슬라이더도 갑자기 잘 들어갔다”며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인 것 같다. 아버지께서 늘 어느 위치에 있든 즐겁게 야구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즐겁게 야구하니까 구속이 올라왔다. 퓨처스리그부터 구속이 나왔는데 오늘도 똑같이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본격적으로 선발투수로 나서기 시작한 2017년부터 부지런히 슬라이더를 연마했다. 늘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스리피치에서 슬라이더까지 포피치로 진화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좀처럼 슬라이더를 장착하지 못했는데 이날 슬라이더로 보다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이를 두고 그는 “아버지께서 내 투구를 보시면서 강조하신 게 두 가지 있었다. 145㎞까지 나오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였다. 오늘 분명 아버지가 하늘에서 경기를 보고 좋아하실 것 같다”고 미소지으며 “슬라이더의 경우 2군에서 김경태 코치님이 많이 신경 써 주셨다. 내게는 컷패스트볼인데 김경태 코치님께서도 ‘이게 아버지께서 주신 선물인 것 같다. 계속 던져보자’고 하셨다. 김경태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김경태 2군 투수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LG 선발투수 임찬규가 22일 문학 SSG전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인천 | 연합뉴스
임찬규는 캠프 기간 어깨 통증으로 시즌 준비가 늦었다. 개막전까지도 선발투수로서 이닝수와 투구수를 채우지 못했다. 그러다가 4월 13일 키움전에 올시즌 첫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키움전에서 3.1이닝 4실점, 4월 24일 한화전에서도 1.1이닝 8실점(7자책)으로 부진했고 2군으로 내려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임찬규는 “겨울부터 아버지가 안 좋으셨다.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1군에서 좋은 모습을 아버지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아팠지만 참고 1군에 올라가려고 했는데 그게 화로 다가오고 말았다”며 “오늘 던질 때까지는 몰랐는데 이렇게 잘 던지고 나니 아버지가 생각나고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버지가 오늘 경기 꼭 보셨을 것으로 믿는다. 아버지가 바라던 145㎞ 이상 빠른 공과 슬라이더를 던졌다. 아마 보셨을 것”이라고 하늘을 응시했다.

이제 시작이다. LG는 지난해 토종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임찬규의 이탈에도 선발진이 흔들리지 않으며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임찬규까지 6선발을 가동해 양질의 선발진을 앞세워 선두 사수를 바라본다.

임찬규는 “그동안 팀에 공헌한 게 하나도 없어서 미안했다. 앞으로는 예전에 했던 것처럼 내가 벤치 분위기를 더 올릴 수 있게 만들겠다.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내게 한 말이 ‘쫓기는 사람은 늘 쫓긴다. 쫓기지 않고 즐기는 사람에게 여유가 있고 행복이 있으며 낭만이 있다’고 하셨다. 이제는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쫓기지 않고 내 자리가 선발이든 중간이든 아버지 말대로 재미있게 즐기면서 야구하겠다. 내 야구 인생은 아버지와 이별하기 전과 후로 많이 달라질 것 같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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