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에 '자린고비' 조륵 선생 마을 생긴다
조선 최고의 구두쇠·자선가
전 재산 주민들에게 나눠줘
근검절약·이웃사랑 등 기려
영상체험실·자인정·정원 등
방축리 일대 ‘청빈마을’ 조성
충북 음성에 ‘자린고비 마을’이 생긴다. 음성군은 생극면 방축리 일원 4만5210㎡ 부지에 139억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자린고비 청빈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음성 출신으로 조선시대 구두쇠이자 자선가로 알려진 조륵 선생(1595~1649)을 기리는 한편 근검절약과 이웃사랑 문화를 알리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음성군은 설명했다.
조륵 선생은 ‘조선 최고의 구두쇠’로 전해진다. 1년에 한 번 제사상에 올릴 굴비를 사고, 이마저도 아까워 천장에 매달아 밥반찬으로 썼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철 부채가 닳을까봐 그 앞에 가서 머리만 흔들었다는 일화도 있다. 한 번은 파리가 조륵 선생의 집 장독에 앉았다가 날아갔는데 다리에 묻은 장이 아깝다고 “장도둑놈 잡아라”라고 외치며 단양까지 파리를 쫓아갔다고 전해진다.
조륵 선생은 이웃에게 아낌없이 베푼 자선가이기도 했다. 그는 근검절약해 만석꾼이 됐고, 이 돈을 가난과 기근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데 썼다. 또 전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이웃 주민들에게 나눠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주민들은 고마움에 조륵 선생을 기리는 ‘자인고비(慈仁考碑·어버이같이 인자한 사람을 위한 비석)’ 송덕비를 세워주기도 했다. 음성군 관계자는 “자린고비의 뜻은 부정적이지만 조륵 선생은 이웃사랑을 실천했다”며 “그의 정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충청지역 유교 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의 하나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린고비 청빈마을에는 청빈영상체험실, 자린고비마당, 자인정(765㎡), 안빈낙도 정원 및 산책로 등이 조성된다. 자린고비마당은 자린고비 소비와 유교문화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연못인 자인정은 유교문화권 내에서 유행했던 연못 형태를 재현한다.
음성군은 이곳에서 조륵 선생의 근검절약과 이웃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경제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음성군은 내년 3월쯤 착공해 2025년까지 자린고비 청빈마을 조성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마을에는 조선 전기 대사헌 등을 지낸 문신 권근 선생(1352~1409)을 기리는 공간도 마련된다. 고려 말 조선 초 도학자인 권근 선생은 현존하는 유교 경전 주석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오경천견록>을 저술했다. 생극면 방축리에는 권근 삼대묘와 사당 등이 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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