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잘못된 기대 땐 더 큰 실망"..미국과 대화탐색 '밀당'

이제훈 2021. 6. 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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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2일 미국을 향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역으로 대화 시작을 위한 북-미 간 '밀당'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낮 12시 <조선중앙통신> 으로 공개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를 통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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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대미 비난 사라진 '140자 담화'
백악관 "북, 흥미로운 신호" 발언에
"미국 편한대로 해몽" 겉으론 냉랭
대화·협상 거부 직설적 표현 없어
미에 '진전된 제안 요구' 속내 담겨
조선노동당 중앙위 8기3차 전원회의 당시의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모습(붉은 원 안). 회의 사흘째인 17일 김여정 부부장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을 18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2일 미국을 향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은 역으로 대화 시작을 위한 북-미 간 ‘밀당’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낮 12시 <조선중앙통신>으로 공개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를 통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담화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일(현지시각)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주 그(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발언을 우리는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 그들이 어떤 종류의 더 직접적인 소통을 후속으로 취하는지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북쪽의 첫 공개 반응이다.

김 부부장 담화는 네 문장, 140자(본문 기준)로 아주 짧다. 김정은 총비서가 며칠 전 전원회의에서 밝힌 ‘국제정세 대응방향’과 마찬가지로 본격적인 대미 비난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과 대화·협상하지 않겠다’는 식의 직설적 거부 표현도 없다. 북한 특유의 선전선동 차원의 비판·비난은 빼고 꼭 하고 싶은 말만, 그것도 비교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추상적 표현만으로 담화를 구성한 셈이다. 그만큼 진지하고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방증이다.

북쪽이 김 부부장 담화로 미국에 보내려 한 신호는 ‘우리가 움직이기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들이 더 움직여라’로 읽힌다.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는 설리번 보좌관 발언에 이어,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22일 서울에서 이틀 연속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는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 이제는 북한 차례”라고 공을 북한에 넘기려 하자, 이를 다시 미국 쪽으로 보낸 셈이다. 거칠게 풀이하자면, 현 상황에서 북쪽이 대화·협상장에 나오리라 기대하지 말고, 미국 쪽이 좀더 구체적이고 진전된 대북 제안을 내놓으라는 속내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부부장 담화가 설리번 보좌관 발언 직후이자 성 김 대표가 서울에 머물고 있는 시점에 발표된 사실은 북쪽이 미국 행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방증한다. 대미 협상 창구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3월18일 미 국무·국방장관 방한에 맞춰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견해를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밝힌 담화를 낸 선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볼 때, 김 부부장 담화는 겉으로 드러난 냉담함과 달리, 북-미 대화의 시기·방식·내용 따위를 두고 양쪽 간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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