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칼럼] 청년세대의 미래가치

한겨레 2021. 6. 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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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칼럼]청년 세대가 처한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미래가치가 인류보편적 가치에 조응해야 하며, 동시에 다른 세대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사회를 바꾸는 과정은 특정 세대의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다른 세대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미래가치로 무장해야 하는 것이다.

박태균 ㅣ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엠제트(MZ) 세대로 불리는 청년 세대의 문제이다. 최근 보도(<KBS>, 19일 ‘9시 뉴스’)를 보면 현 한국 사회를 주도하고 있는 50대를 바라보는 청년 세대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점이 지적된다. 이는 청년 세대와 586으로 대표되는 민주화운동 세대가 갖고 있는 미래가치에서 큰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세대는 작년 소위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서부터 올해 초에 있었던 엘에이치(LH) 사건을 통해 공정성 이슈를 제기하면서 지방정부 보궐선거와 야당 대표 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이끌어냈다. 현재 민주화 세대가 주도하는 정치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 청년 세대의 주장이다.

 청년 세대와 민주화 세대는 2016년과 2017년 촛불항쟁을 이끌었던 주역이었다. 국정농단과 함께 정유라씨를 둘러싼 부정입학과 불공정 학점이 주요한 이슈였기에 청년 세대는 ‘공정’을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그러한 청년 세대가 불과 4년 만에 자신들의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청년 세대의 입장 변화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었다. 불안정한 주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안정적 일자리 부족의 심화, 그리고 청년 복지의 문제 등이 주요한 사회구조적 배경이 되고 있다. 보수언론과 일부 검찰이 공세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여당의 인사 과정에서 나타난 불공정 의혹도 청년 세대의 중장년 세대에 대한 불만의 핵심적 요인이 되고 있다.

 청년 세대가 경험하고 있는 사회구조적 현실에 대해서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88만원 세대가 20년 전 금융위기 시대의 비정규직 문제가 낳은 불행한 세대였다면, 현재의 청년 세대는 코로나 세대로 명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미래가 밝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 세대가 미래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과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청년 세대의 주장이 전 사회적 공감을 얻기 위해서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있다. 우선 민주화 세대가 30년이 넘도록 한국 시민사회 여론의 중심에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민주화 세대에게는 인류보편적 원칙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신장과 사회적으로 공공성에 대한 강조가 그것이었다.

 둘째로 독재하에서 불가능할 것 같았던 민주화의 성과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화 세대는 30대 중후반부터 60대 초반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사회적 저변이 넓다는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가 된 민주화운동 세력 일부에서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야기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입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실제 삶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만나는 청년 세대는 높은 능력을 갖고 있다. 새로운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융합학문에의 적응, 그리고 세계인들과의 소통에서도 기성세대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 세대의 이러한 능력은 한국의 미래 사회가 결코 어둡지 않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런 청년 세대의 일부가 양성평등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으며,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정책에도 반대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핵심인 소수자 문제, 그리고 공공성의 강화와 서로 부딪힐 수 있는 주장이다.

 청년 세대가 처한 상황에는 공감하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미래가치가 인류보편적 가치에 조응해야 하며, 동시에 다른 세대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 되어야 한다. 사회를 바꾸는 과정은 특정 세대의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다른 세대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미래가치로 무장해야 하는 것이다.

 21세기에 접어든 지도 20년, 탈냉전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 청년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은 필수적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청년 세대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있다. 역사적 경험에 대한 성찰과 함께 세계사적 보편성을 갖고 있는 미래가치로 무장해야 한다. 개개인의 능력에 더하여 미래가치가 함께할 때 청년 세대는 진정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로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또한 그래야만 대안도 없이 청년 세대의 불만을 정치적 포퓰리즘의 대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고 토사구팽 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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