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에 노동계 "차별 더 하자는 말이냐"

신다은 2021. 6. 22. 19: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차 최저임금위서 노사 공방 벌여
24일 전원회의서 추가 논의하기로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오른쪽은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연합뉴스

22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업종이나 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경영계의 주장이 올해도 어김없이 제기돼 노동계와 공방을 벌였다. 양쪽은 이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다음 전원회의가 열리는 24일에 이를 마저 논의하기로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날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참석해 최저임금의 업종·지역·규모별 차등 적용에 대해 공방을 이어갔다.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모두 발언에서 “지난해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여전히 숨쉬기 어려울 만큼 어렵고 최저임금의 일률적 인상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의 업종 간 편차도 40%를 넘는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류 전무는 이어 “경총이 최저임금 주요 결정요인이 생계비, 유사근로자,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을 분석해 보니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증가율 대비 매우 낮아 최저임금이 노동생산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인상됐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을 구체화하고 최저임금 수준도 안정적 기조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미 국적과 인종, 장애유무, 사업장 규모, 성별 등에 따라 노동 현장에 차별이 심화돼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업종·규모·지역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는 건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미 2018년 노동부 최저임금 제도 개선 티에프(TF)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어 “지금도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는 장애인 노동자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월급의 15∼20%를 강제로 공제 당하는 이주노동자가 있다”며 “공익위원들이 다시 한 번 이런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고 논의해 주십사 한다”고 덧붙였다. 박 부위원장은 또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넘어섰다는 경총의 주장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티브이(TV) 토론회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서로 주장을 검증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민주노총은 경총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연구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생산성 증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고 소득재분배에도 영향을 줬다’고 반박했다.

최저임금을 업종이나 사업장 규모, 연령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자는 주장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매년 반복되는 논쟁거리다. 경영계는 소상공인이나 영세사업주 등의 임금 인상 부담을 고려해 차등 적용을 주장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자끼리 격차가 심화할 수 있고 되레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이나 업종이 구인난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1988년 제도 시행 첫해 업종별 구분을 한시적으로 실시한 뒤 이제까지 실시한 사례가 없다. 2017년 고용노동부가 노·사·공익위원이 추천한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차등 적용을 논의했을 때도 차등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했을 때 △저임금 업종 및 지역의 낙인 효과 △지역별 노동력 수급의 왜곡 △연령대에 의한 고령자와 청년층 차별 가능성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사업의 종류별 구분 적용은 특정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로 이어져 노동력 감소와 또 다른 차별을 유발할 수 있고 노동시장 양극화도 심화시켜 최저임금 시행 취지에 역행한다”며 “이런 논의로 심의 기한을 지연시키기보다는 본격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 수준 논의가 시작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시급·월급 병행 표기는 유지 결정

이날 또 다른 논의 주제였던 최저임금의 표기 방식은 현행대로 시급과 월급을 모두 표시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은 현재 시간급을 기준으로 하되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을 함께 표기하는데, 이 때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포함해 계산한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주 15시간 이하 노동자에 대해서도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시간급만 표기해야 하고,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분도 주휴수당 인상분을 고려해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저임금을 시급과 월급으로 병기하면 둘 다 충족해야 하는 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시급이 1만640원을 넘어선다”며 “현장에서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많아지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이 중위임금 대비 60% 넘어서는 상황인데 주휴수당을 유지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며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감안하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 위원들은 현행 기준을 변경할 경우 현장의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을 수용해 시간급과 월급을 함께 표기하기로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오는 8월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적어도 7월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정해야 한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