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둘러싼 논란 3가지.."출판계 고질적인 문제 드러났다"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의 임홍택 작가가 출판사와 인세 누락 문제로 소송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이 인세 누락 갈등을 넘어 이중 계약 논란으로 번지면서 출판계를 둘러싼 각종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22일 출판계에 따르면, 임 작가는 지난 3월 미지급된 '90년생이 온다' 전자책 인세 1억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출판사 웨일북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11월 출간된 '90년생이 온다'는 다양한 통계, 사례, 인터뷰 등을 통해 1990년생들을 자세히 조명한 책이다. 출간 다음 해인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책으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출판사는 인세 미지급을 인정하고 지난 3월 1억5000만원을 뒤늦게 지급했다. 웨일북 측은 단순 계산 착오로 고의는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문제는 책 판매량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시스템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통상 작가들이 츨판사로부터 판매부수를 통보 받는 것 외에 정확한 판매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고질적인 출판계 문제로 꼽힌다.
대형 출판사와의 출간 경험이 있는 이모씨는 "분기마다 몇권 팔렸는지 알려주는데, 어디 서점에서 몇 권 이런식으로 구체적으로 써있는게 아니라 뭉뚱그려서 적혀 있다"며 "수치가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서 혼자 계속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진 작가들에겐 출판사가 갑이다"라며 "단순히 판매량을 물어볼 때도 미안한 분위기가 생겨서 자유롭게 물어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과학 장르 전문 출판사 아작에서도 인세 누락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장강명 작가는 SNS를 통해 "작가들은 자기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출판사에 의존하는 것 외에 알 방법이 없다"며 "인세 지급 누락은 다른 출판사들에서도 몇 번 겪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임 작가와 웨일북은 2018년 3월 전자책 인세를 '수익금의 15%'로 정한 A계약서를 작성했다. 같은해 8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진흥원)의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응모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에 따른 B계약서를 추가로 작성했다. B계약서에는 전자책 인세에 대해 '종이책과 같은 인세'(판매 권당 10%)'로 명시돼 있었다.
임 작가는 B계약서에 따라 미지급된 인세 1억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출판사는 B계약서는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이고 A계약서에 따라 인세 지급이 끝났다는 주장이다.
특히 구독형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는 회당 다운로드 기준으로 인세를 정산하지 않기 때문에 출판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밀리의 서재의 경우 25회 다운로드당 책 한 권 판매. 만약 임 작가가 승소할 경우, 출판사는 밀리의 서재로부터 실제 정산 받은 수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출판계에 따르면 이 같은 일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문체부에서 실시하는 출판 콘텐츠 관련 사업에 지원하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이라며 '고질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표준계약서가 출판사에 불리하기 때문에 애초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인데, 사업을 지원할 때는 사실상 표준계약서 사용이 강제되는 셈"이라며 "한두 푼이 아쉬운 출판사들이 어쩔 수 없이 이중계약을 하게 되는 것"라고 꼬집었다.
해당 사업은 사업 선정 취소 사유를 △'지원제외'에 해당되는 경우 △저작권 침해 등의 명백한 결격사유가 확인될 경우 △원고 내용의 전체 또는 일부가 사실이 아니거나 명예훼손 등 법률 위반이 확정된 경우 △제출서류에 기재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실 관계를 확인한 뒤 지원금 환수를 논의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2018년에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을 통해 우수 콘텐츠로 선정돼 출판사에 500만원을 지급했다"며 "지원금 환수에 대해 법적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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