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폭력 매뉴얼 유명무실.. 피해자 보호시스템도 없다"

박유빈 2021. 6. 2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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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추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공군을 상대로 여성가족부가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성폭력 사건 처리 규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지켜야 할 매뉴얼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피해자 보호 시스템은 없었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공군은 성폭력 사건 처리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매뉴얼을 갖췄으나 이 규정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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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공군 대상 현장점검
가해자·피해자 분리 원칙도 무시
재발방지대책 워크숍으로 대체해
피해상담관 권한 약해 지원 한계
이 중사 신상유포 비행단 관련자
군검찰, 명예훼손 혐의 적용 검토
초동수사 담당자 피의자 신분 전환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 모 중사 추모소에서 이 중사의 지인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성추행 사망 사건이 발생한 공군을 상대로 여성가족부가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성폭력 사건 처리 규정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지켜야 할 매뉴얼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피해자 보호 시스템은 없었다.

여가부는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모 중사(부사관)가 소속된 제20전투비행단(본부 포함)과 이 중사가 전출됐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을 점검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여가부 담당자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법률 전문가 등이 서면자료를 확인하고 20비행단과 15비행단 인사담당자, 성고충전문상담관, 부대원 등을 면담했다. 앞서 이 중사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 사실을 호소하다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공군은 성폭력 사건 처리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매뉴얼을 갖췄으나 이 규정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여가부는 “일부 내용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고 (공군 관계자들의) 매뉴얼 이해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사건 경과를 점검할 사후 처리 규정도 미비했다.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즉시 공군 양성평등센터와 국방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어떻게 했는지 등 사후 경과보고 의무는 없었다. 성폭력 사건 재발방지대책도 단순 교육이나 워크숍으로 대체하는 등 재발방지책 자체가 부실했다.
지난 12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 모 준위(왼쪽)와 노 모 상사가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의 작동은 실질적으로 기대하기 힘들었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의 업무 권한이 약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컸다.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지휘관에게 피해자 보호 필요사항을 보고하면 이에 대해 조치가 이뤄지는 시스템은 없었고, 피해자와 같은 성별의 변호인·수사관을 배치한다거나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한다는 피해자 보호 규정은 군 여건상 힘들다는 이유로 무시됐다. 성고충심의위원회는 아예 열린 적이 없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군 성폭력 대응 시스템이 동일하게 작동한다면 만약에 이런 사건이 또 발생했을 때 매뉴얼이 다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현장점검 결과를 국방부와 공유하고 ‘국방부 민·관·군 합동위원회’나 ‘성폭력 예방제도 개선 전담 TF’ 등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때 이번에 지적된 사항들을 반영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번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재발방지대책을 오는 9월까지 여가부에 제출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산·태안 여성위원회 구성원들이 지난 11일 충남 서산 공군제20전투비행단 앞에서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사건 원점 재수사 및 1, 2 차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공군부대 정문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군검찰은 이 중사의 신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 15비행단 관련자들에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비행단은 이 중사가 전속을 요청해 지난달 18일 옮긴 부대다. 국방부 검찰단은 부대원 중 일부가 피해자 신상을 유포한 정황을 포착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이날 3차 회의에서 관련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단은 이 중사 사망 사건 관련 초동수사를 맡았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검찰 관계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추행 사건 초기 20비행단 군검찰의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비행단 군검찰은 사건 발생 약 한 달 만인 4월 7일 군사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도 5월 31일까지 약 두 달간 한 차례도 가해자를 조사하지 않았다.

박유빈·박수찬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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