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여정 "올가미" 비난한 한미워킹그룹, 2년만에 폐지

이재철,연규욱,안정훈 2021. 6.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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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美국무부와 직접 소통
美 "北서 흥미로운 신호"에
김여정 "꿈보다 해몽" 조롱
美, 대북제재 행정명령 연장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를 접견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관련 사안을 논의했던 '한미워킹그룹'이 2년 반 만에 폐지 수순을 밟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올가미'라 비난하고 국내 일각에서도 '남북 관계 진전의 방해물'이란 지적을 받아 온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22일 외교부는 "전날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시 기존 한미워킹그룹의 운영 현황을 점검하고, 기존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한미워킹그룹 대신 미국 국무부와 외교부·통일부 간 직통 채널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 뒤 이례적으로 최영준 통일부 차관과 고위급 협의를 했다. 한미워킹그룹은 남·북·미 대화 무드가 무르익었던 2018년 11월 남북 협력사업과 대북제재 면제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로 출범했다.

그러나 남북 협력사업이 미국의 허가를 받은 뒤 진행되는 형태로 보이는 데 대해 국내 일각에선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실제로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북한에 운반하는 트럭이 한미 당국의 소통 착오로 제재 면제를 받는 데 실패하는 등 사례가 잇따르자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이에 이인영 장관은 공개적으로 한미워킹그룹의 기능과 운영 형태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는 북한도 한미워킹그룹을 향해 비난을 집중해 왔다.

한편 이날 김여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당 전원회의에서 밝힌 대미 메시지를 두고 미국이 긍정적 해석을 내놓은 데 대해 "꿈보다는 해몽"이라고 비꼬았다. 이날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김 위원장이 대미 노선을 제시하며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히자 한미는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 바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에 대해 "흥미로운 신호"라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를 접견해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풀어 가겠다는 조 바이든 정부의 방식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대북제재 행정명령의 효력을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 연규욱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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