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전, 결국 신세계 '단독'으로..3.5조 자금 마련 가능할까

강성규 기자 2021. 6. 2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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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현금+부동산 유동화+지분 매각 카드 활용 "큰 무리 없을 것"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사회를 열고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News1 임세영 기자,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결국 신세계만 남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단독으로라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3조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인수자금을 과연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유통업계와 증권가에선 이마트가 1조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점포 매각 등으로 1조5000억원을 추가 조달할 수 있어 자금조달에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에다 필요한 경우 삼성성명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대출도 가능한 상황이다.

◇신세계, 보유현금+부동산 유동화+지분 매각 카드 활용 가능

네이버는 22일 조회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이베이 본사 이사회 후 신세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지 닷새만이다.

신세계 측은 막판 변수에도 현재까진 '인수 전선에는 이상 없다'는 입장이다. 단독으로라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이베이 미국 본사와 단독으로 인수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 코리아 지분 80%를 3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는 네이버가 전체 인수금액 중 20%를 부담하는 선에서 신세계와 협력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4조원대로 가정한다면 약 8000억~1000억원을 네이버가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네이버가 발을 빼면서 신세계는 최대 4조원대 이르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와 증권가 등에선 이마트의 자금 조달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이마트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638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가양점 매각으로 6800억원 가량을 추가 조달했다.

여기에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마트 점포 등 '세일즈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최대 1조원 가량 더 조달할 수 있고, 핵심 계열사인 SSG닷컴에서도 5000억원 가량의 실탄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5.9%의 가치도 9000억원대에 달한다. 이를 모두 합치면 4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 자산의 전략적 재배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며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따른 자금 관련 문제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시너지는 더 커진다?…각자 입지·장점 살린 '3각 동맹"

네이버의 철수로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협상과 향후 사업전개가 오히려 '깔끔해 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계로선 네이버와 인수과정에서 계속 협력관계를 유지했다면 자금 조달은 한층 수월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 향후 지분에 따른 관계설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업 전개에서 이견이 발생했을 때 잡음이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오히려 지분 등 이해관계없이 '혈맹'을 유지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 네이버와 신세계는 이를 의식한 듯 네이버의 최종 결정 직후 "신세계의 인수 과정을 매끄럽게 하기 위한 결정", "양사의 협력에는 변화가 없다" 등 '혈맹'의 '건재함'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에겐 인수전 참여가 오히려 '애물단지'를 껴앉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네이버는 이미 이커머스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또 다른 오픈마켓들과 가장 차별화된 네이버의 장점은 이른바 '숍인숍' 형태로 다른 업체들과 고객 사이를 자유롭게 연계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네이버의 검색 및 간편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의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결제와 주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이커머스-고객 연계 플랫폼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빠르게 높인 네이버로선 막대한 자금에 비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인수전 과정에서도 적지 않았다.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거쳐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공정위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탄생해 독점적인 구조를 갖추는 것을 최대한 억누르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의 합병을 요청했으나 공정위가 이를 불허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세계는 네이버와 사정이 다르다. 네이버는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이 17%에 달하는 이커머스 1위 업체다. 반면 신세계 통합 이커머스인 SSG닷컴의 점유율은 3%대에 그친다. 그러나 점유율 12%대인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으면 신세계는 단숨에 점유율을 15% 이상 끌어올릴 수 있어 쿠팡(13%)을 위협하는 '게임체인저'로 올라서게 된다.

또 이마트가 주력하고 있는 '그로서리'(식료품)에 이베이코리아의 강점인 가전, 공산품 등 비식품 분야까지 더해져 콘텐츠 경쟁력도 극대화 할 수 있다.

특히 신세계와 네이버가 '혈맹' 관계는 건재함을 천명한 만큼 굳건한 입지와 각자 특성을 가진 3대 회사의 협력관계를 통해 시너지 창출과 사업구조 다변화도 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1일 "네이버는 사실 이베이코리아 지분 투자 필요성이 제한적이다. 이미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 숍인숍을 통한 거래액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가 없으면 곤란한 상황"이라며 "반면 네이버가 필요한 것은 이마트의 식품 카테고리와 제 3자 거래 밴더들을 락-인(Lock-in) 시키기 위한 물류 인프라"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SSG닷컴의 사업구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SSG닷컴은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두고 있고, 식품 온라인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네이버에 이어) 온라인 유통 실질적 시장점유율 2위 업체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초 이베이 인수전에는 신세계와 네이버, 신세계의 전통적 경쟁자인 롯데그룹을 비롯 11번가를 운영하는 SK텔레콤,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MBK파트너스 등 업계 강자들이 대거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최대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 막대한 인수금액과 실효성에 대한 논란 끝에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치며 차례차례 발을 뺐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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