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엔진·SD램·MP3기기..韓 대표기술 뒤엔 장영실상 있었다

이새봄 2021. 6. 22. 17: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상작 통해 본 산업 발전史
포니에 日엔진 장착한 현대車
2005년 개발한 '세타엔진'으로
30년만에 獨·일본에 기술 수출
삼성전자 평면TV로 시장 주도
40인치 LCD로 세계 1등 차지
2001년 수상 '256메가 SD램'
글로벌 메모리시장 뒤흔들어

◆ 장영실상 30주년 ② ◆

1991년 1월, 현대자동차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독자 개발 엔진인 알파엔진이 개발됐다. 이 엔진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한국 브랜드를 단 자동차도 일본에서 만든 심장(엔진)으로 움직였다.

알파엔진은 같은 해 제정된 'IR52장영실상' 1회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1994년에는 한국 독자 기술로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시스템이 개발돼 같은 해 37주 차 IR52장영실상 수상 제품에 선정됐다. 이러한 국내 기업들 노력에 힘입어 1995년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 됐다. 2005년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세타엔진'(2005년 3주 차 수상)은 일본 미쓰비시와 독일 다임러 크라이슬러에 기술을 수출하며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일본 미쓰비시 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포니(1975년)를 생산한 지 30년 만에 자동차 기술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셈이다.

이처럼 장영실상은 대한민국 산업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제품들에 핵심적인 '성장 발판' 역할을 했다. 경제성·독자성·기술적 자립도·기술 응용성과 파급효과가 우수한 국내 개발 제품을 시상하는 상이니만큼 IR52장영실상 수상 기술의 역사는 한국 산업기술 발전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1999년 첫 주의 장영실상 수상 제품은 대한민국이 원조가 된 MP3 플레이어였다. 오디오파일을 음질 저하 없이 12분의 1로 압축하는 MP3 기술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 파일을 CD에 저장해 컴퓨터로 들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엠피닷컴은 MP3파일을 직접 재생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선보이며 세계에 한국의 기술력을 알렸다.

같은 해 23주 차 수상 기술인 '원클릭 인터넷 기술'은 2002년 한국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1위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이를 비롯해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정보통신 분야의 신청과 수상 실적이 크게 늘어났다.

IR52장영실상 수상을 통해 한국 TV 산업 발전 과정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1995년 삼성전자는 당시 기존 TV보다 편평하면서도 영상이 일그러지지 않는 '명품TV'를 개발해 장영실상을 받았다. 이듬해인 1996년 4대3이었던 TV의 가로·세로 비율을 12.8대9로 바꾼 '명품 플러스원 TV'가 개발돼 IR52장영실상을 받았고, 1999년에는 '완전 평면 TV'가 나왔다. 2000년 19주 차 수상 제품인 '디지털 PDP TV'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TV를 구현해내 주목받았는데, 이 TV 두께는 7.8㎝였다. 2000년 36주 차 수상 제품인 'TFT-LCD모니터'와 2002년 38주차 수상 제품인 '40인치 LCD TV' 등장은 2004년 한국의 세계 LCD 시장점유율 1위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이 써내려간 반도체 산업의 빛나는 역사 역시 장영실상을 통해 돌아볼 수 있다. 2001년 44주 차 장영실상 수상 제품인 256메가 SD램은 당시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주력 제품이었던 128메가 D램을 급속히 대체한 제품으로 개발 비용만 2000억원에 달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2003년 장영실상을 수상(17주 차)한 90나노급 1Gb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이른바 '황의 법칙'의 시초가 됐다. 2000년대 중반 실리콘 웨이퍼, 메모리 기판 소재 등의 반도체용 특수수지의 수상이 이어지면서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섰음에도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해 애쓰는 기업들의 노고가 알려졌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스마트폰 기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한민국 기업들이 치열하게 기술을 개발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2009년 10주 차에 2세대 위성통신단말기가 장영실상을 통해 부각됐고, 2012년 38주 차에 모바일 펜터치 기술, 같은 해 마지막 주에는 차세대 스마트폰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IR52장영실상 역사는 한국 산업 전반뿐만 아니라 기업의 역사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 전문 기업을 표방하던 삼성SDI의 경우에는 1990년대까지 브라운관과 PDP 등 분야에서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리튬이온전지 기술에서 장영실상을 다수 수상했다. 최고의 '브라운관 제조업체'가 세계적인 2차전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과정을 IR52장영실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이새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