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역할 변해야..이대에 '100% 온라인' 대학원 설립"
대학이 학생 뽑는 시대는 끝나
학령인구 감소·대학 무한경쟁
학생들에게 뭘 가르칠지 고민
일반대학 원격수업 규제 풀려
비대면으로 석사학위 따는
4차산업 특수대학원 준비 중
학부과정 AI전공 내년 신설
법적·윤리적 이슈까지 연구
융복합형 인재 양성에 역점
그는 수년 전 대학원장으로 지낼 당시 하버드대 대학원장이 학생을 모집하기 위해 한국에 직접 왔던 일화를 떠올리며 "전 세계 우수한 학생들이 몰려가는 대학임에도 학교가 먼저 나서 어떠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지원할 수 있는지를 알리려는 노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제 대학은 학생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고 싶어하는지에 귀 기울임으로써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모셔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총장은 이화여대가 '가르치는 대학'이 아닌 '배울 수 있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나들며 학생 수요에 맞춘 특화 교육을 강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전공 분야를 막론하고 '인공지능(AI)'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역량이 중요해진 시대인 만큼 'AI 융복합형 인재' 양성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19로 교육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나.
▷지난해 온라인 강의가 전면 도입되면서 국내외 대학 간 경계가 사실상 모호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더 확대된 온라인 콘텐츠나 상호작용은 기존 교육에 있어 또 다른 경험과 기회를 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만큼 대학 입장에선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대학은 이화 고유의 교육 모델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감으로써 교육 수월성을 극대화할 생각이다.
일례로 온·오프라인 융복합 교육 체계와 스마트 러닝 시스템, 빅데이터 기반 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 교육 지원 시스템 부문에 있어서도 혁신적인 개선을 추진하겠다.
―교내 시설도 분위기가 달라졌는데.
▷이화여대는 지난 일 년간 교비의 많은 부분을 하이브리드 강의실 구축과 온라인 수업 지원 시스템, 콘텐츠 제작 시스템, 네트워크 확충을 위해 사용했다. 실습실의 경우 과거에는 PC 기반이었지만, 이제는 모바일이나 개인 스마트미디어를 통해 수업을 듣는 사용자도 고려해 구축하고 있다. 현실, 온라인, 가상현실이 혼합된 플랫폼과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는 이 시대에, 대면수업만이 대학 교육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강의실을 온라인과 가상현실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내년 초 구축을 목표로 준비 중인 빅데이터·AI 기반 통합 학생 지원 시스템 'E―벗'이 있다. 여기엔 학사·진로 지도 예측과 상담 프로그램이 포함되는데, 이를 학생들이 수강한 강의 내역과 연결하면 앞으로 어떤 강의를 추가로 들으면 좋은지 추천해 주는 등 개인 맞춤형 학사 지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데이터 분석 기반에 의거해 진로는 물론 취업과 창업 교육까지 이어질 수 있는 복합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온라인 대학원 신설이 눈에 띈다.
▷교육부에서 일반 대학에 대한 원격수업 규제를 없앴다. 코로나19 전에는 온라인 강의를 20%만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100%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육부 확정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온라인 대학원 개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단 2022학년도 모집을 목표로 100% 온라인 수업만으로도 석사과정 수료가 가능해지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주로 사회 재교육 수요가 높은 첨단 디지털 분야와 한국어교육 등 국제화 분야에 대한 온라인 특수대학원을 준비하고 있다.
―특수대학원으로 방향을 정했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AI를 알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 작년, 재작년 졸업생들만 보더라도 지난 학부 시절에 AI 교육에 노출이 덜 된 편이어서 관련된 재교육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전일제 대학원 수업을 듣겠다며 2년씩 직장을 뺄 수도 없다. 반면 특수대학원은 야간, 주말에 수업이 이뤄지고 100% 온라인이라면 어디서든 편하게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첫 시작을 재교육에 특화된 특수대학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분야로는 데이터사이언스 쪽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 이 밖에 K팝 등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한국어교육 관련 해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교육을 원하는 학생이 대부분 해외에 있는 사례가 많아 온라인을 통한다면 한국어 교육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융합 인재를 키우기 위해 AI 대학을 설립하겠다고도 했다.
▷학부 과정에선 2022학년도부터 AI융합학부 인공지능전공이 신설된다. 기존 엘텍공과대와는 별도로 독립된 학부다. 기본적으로 AI를 통한 연구와 교육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첨단기술 관련 법적·윤리적·사회적 이슈를 연구·교육하는 것도 함께 이뤄질 예정이다. 추후엔 AI를 중심으로 다양한 첨단 분야 융합전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3학년도 신규 첨단 분야 학과 신설을 위한 TFT도 구성했다. AI단과대를 선보일 수 있는 시점도 2023학년도 직후가 될 듯하다.
등록금 동결 길어져 대학 위기
동문 발전기금으로 재원 마련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글로벌 10위권이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공개한 '성격차지수(Gender Gap Index·경제 참여 기회, 교육적 성취 등 분야에서 성평등 수준을 보여주는 지수)'에서는 156개국 중 102위에 그쳤다.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화여대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인 대학이다.
여성적 시각의 전문성 교육과 맞춤형 교육은 여성 리더십 교육환경이 구현됐을 때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강력한 롤모델이 필요하다. 이화여대처럼 남성 교수와 여성 교수의 비율이 50대50인 대학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화여대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성 롤모델에게 조언을 얻거나 교수와 선배에게 도움을 받기가 매우 좋은 환경이다. 이화만이 갖추고 있는 최적의 여성 리더십 교육환경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유리천장을 깰 중요한 열쇠다. 이외에도 본교는 2006년부터 개발도상국 출신의 여성 인재들을 글로벌 여성 리더로 교육하고자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 등 이화만의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 42개국 288명이 입학해 31개국 196명의 여성 리더가 졸업했다.
―등록금 동결 장기화로 인한 고충은.
▷등록금 동결이 장기화하면서 대학의 자체적인 힘만으로는 학교를 키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고자 총장 취임 이후 제일 먼저 포스트 코로나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본교의 연구, 교육, 행정, 구성원 복지 등 전 분야에 걸친 발전계획 '이화 비전 2030+'를 선포하고, '이화 2030+ 발전기금'을 신설해 모금을 개시했다. 이 기금은 '프런티어 10―10'으로 명명한 유망 분야 지원과 국내 최초 학부 인공지능대 설립, 이화 첨단 융복합 메디·헬스케어 조성 등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학교 발전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려면 체계적인 모금계획과 실행이 필요하다. 이화여대 동창뿐만 아니라, 지난 135년간 이화여대가 보여준 저력과 성장가능성을 믿고 지지하는 비동문, 재단,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다가가려 한다. 아울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사회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크라우드 펀딩형 모금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프런티어 10―10' 사업이란.
▷세계적 수준의 성과 창출을 위한 창의연구 생태계 조성의 일환으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선도연구 분야 10개와 미래형 도전연구 분야 10개를 선정해 육성하는 사업이다. 주로 첨단 이공계 분야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지원할 계획이고, 2024학년도까지 총 1000억원 규모로 진행할 생각이다. 분야는 신약 개발 등 약학,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등이 거론되고 있다.
▶▶ 김은미 총장은…
△1958년 대구 출생 △1981년 이화여대 사회학 학사 △1987년 미국 브라운대 사회학 박사 △1987~1997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사회학과 교수 △1997년~현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2017~2019년 이화여대 대학원 원장 △2021년~ 이화여대 제17대 총장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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