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함께 살아갈 우리들의 집

매거진 2021. 6. 2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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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집, 살기 좋은 집 '친환경주택'_ 6편

모두가 꿈꾸는 해와 바람이 담긴 건강한 집. 어떻게 하면 우리도 그런 집을 지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을 풀어줄 연재의 마지막 이야기는 ‘미래 세대가 함께 살아갈 우리들의 집’이다.


연재 순서 

01 살기 좋은 집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 02 한옥의 정신이 담겨있는 다섯 마당집 03 한옥과 현대주택을 결합한 집 04 실내외를 연결하는 전이공간 설계기법 05 실내형 아트리움 주택 06 미래세대가 함께 살아갈 우리들의 집


하늘 아래 공간에, 땅 위 공간에 그리고 해와 바람이 담겨있는 공간에 사람들이 집을 짓고 살아왔다. 건강과 안전, 쾌적함, 휴식 및 정신적 재충전이 가능한 살기 좋은 집이 지어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집이 해와 바람의 능력을 넘어서는 지나친 쾌적함과 형태적 조형성에 빠져들었다.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제는 지구와 인류의 운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집이란 그리고 사람이란, 감내할 수 있는 만큼의 쾌적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현상이 발생하면 결국 지금과 같은 위기가 닥쳐올 수밖에 없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마당형 친환경주택이나 아트리움형 친환경주택은 기계설비에 의존하는 지나친 쾌적함이나 국적도 불분명한 과장된 조형성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도 포함한다. 나아가 해와 바람을 담아서 자연환경을 보호하며 집과 사람이 그리고 환경이 공존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법을 찾는 계획에 대한 내용도 담았다. 이번 마지막 글에서는 마당형과 아트리움형이 결합된 주택을 통해 공간적인 접근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그 가능성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아울러 과연 집이라는 건축과 환경이 어떠한 관계인지, 친환경주택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설명하며 글을 맺을까 한다. 부디 집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접근으로 우리와 후손들이 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자연환기형 친환경주택[C-1F20-a-p]

면적 : 94.59m2(28.61평) + 다락방) | 저작권등록번호 : c-2021-019914



다락방이 있는 1층 규모 주택이다. 외부에 형성된 안마당을 중심으로 뒤쪽은 본채가 앞쪽은 별채가 구성되며, 본채와 별채는 거실을 매개로 서로 연결된다. 본채와 별채 그리고 거실로 구성되는 평면은 ‘ㄷ’자 형태이다. 겨울철 북서풍의 차가운 바람을 막고, 여름철에는 남동풍의 시원한 바람을 외부 안마당으로 끌어들인다. 외부 안마당으로 향하는 거실 앞쪽 창문과 거실 뒤 창문을 개방하면 안마당과 거실 그리고 외부공간으로 이어지는 맞통풍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배치방식은 거주자가 실내외를 오가는 과정에서 환경적 쾌적성을 높여주는 데 커다란 효과가 있다. 본채는 현관 아트리움을 포함하여 전면 3칸과 측면 2칸으로 구성된다. 아트리움은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전이공간의 역할을 담당한다. 외부 공기를 청정한 공기로 정화해서 아트리움으로 유입시킨 후 실내로 공급한다. 또한 차갑거나 더운 외부 공기를 햇빛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통해 좀 더 편안한 온도로 순화하거나 습도를 조절하여 쾌적한 공기 환경 조성에 도움을 준다. 공간적으로는 실내공간에 투명성과 가변성, 확장성을 제공하여 다양한 공간이 연출되게 한다. 아트리움을 기점으로 한쪽은 침실이, 다른 쪽은 식당이 자리 잡는다. 식당 앞뒤로 주방과 거실이 위치하여 집 안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별채는 침실로 구획되었는데, 공간적으로 분리가 되어 프라이버시 확보에 좋다.

참고로 본채 지붕에 형성되는 일명 ‘뻐꾸기 창문’은 장식적 조형성으로 건축주가 설치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은 효과에 비해 많은 공사비가 추가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고, 다만 여기서는 하나의 사례로 이미지화하였다. 본 계획안의 공간적 특징은 실내공간에서 아트리움이라는 준내부공간과 준외부공간인 외부 안마당 그리고 바깥마당인 외부공간으로 연결되는 단계적인 공간 변화로 정리된다. 내부와 외부 공간으로만 이루어진 집에 사는 모습과 다양한 공간적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집에 사는 모습의 차이가 같을까? 그 느낌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자연환기형 친환경주택[C-2F40-a]

면적 : 143.73m2(43.48평) | 저작권등록번호 : c-2021-017544



2층 규모 주택으로 기본적인 공간구성은 앞의 1층형과 유사하다. 세대 간에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살 수 있는 3세대 가족을 위한 주택이다. 본채 2층은 부부와 자녀세대가, 1층 별채는 노부모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나누었다. 별채는 바로 거실로 연결되어 휴식은 물론 안마당 등 외부를 바라보는 조망감이 좋다.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 바로 주방과 식당으로 이어진다. 공간 구획 측면에서는 거실과 분리되지만, 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거실과 하나의 공간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때 거실과 식당 사이에 장식벽이나 중문 등을 설치하면 필요에 따라 완전히 분리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식당은 손님을 맞는 응접실의 기능도 수행할 수 있으며, 아트리움 공간과 연계하여 서재로 활용하면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2층 위에 형성되는 다락방은 지붕의 경사를 남쪽으로 향하게 구성하여 지붕면 전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도록 고려하였다. 특히 건물 일체형 태양광 패널(BIPV) 방식을 선택할 경우에는 태양광 패널이 지붕 건축 마감재를 대신하기 때문에 건축공사비 일부를 절약하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BIPV 방식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로에너지 건축에 매우 중요한 방식으로 점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환경파괴의 주범은 인간의 과소비

2013년 여름 우리나라에서는 ‘블랙아웃’이라는 대정전 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그 해는 마침 세종시 정부청사에 공무원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던 시기였다. 정부청사는 벽체가 유리로 구성된 커튼월구조였다. 블랙아웃으로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었던 어느 날, 실내온도를 측정한 사진 한 장과 하소연을 받은 적이 있다.

“너무 더워서 일을 할 수 없어요. 아니 숨쉬기도 힘들어요. 창가에 계신 분들이 체감하는 실내온도는 섭씨 40도를 넘는 것 같아요. 건축가들은 왜 이런 건물을 만들었을까요?”

이러한 터무니없는 상황은 단지 정부청사에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전원주택을 꿈꾸는 많은 예비 건축주는 높은 천장의 거실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막상 천장고가 높은 전원주택에 입주한 뒤에 80~90만 원이 넘는 겨울철 난방비에 기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류 현상에 의해 더운 공기는 위로 상승하기 때문에 추위를 타는 사람의 경우 계속해서 난방을 돌리다 보면 난방비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이처럼 각자 개인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동안 지구환경에 변화가 발생했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토마스 프리드먼(Thomas L. Friedman)’은 인간의 과소비가 환경파괴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유엔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는 연일 환경파괴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브라질 리우정상회담에서, 일본 교토의정서 체결과정에서, 파리 기후협약과정에서 모든 세계 정상들은 기후변화 위기와 경고에 공감하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약속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주목받게 된 캐나다의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세반 스즈키(Severn Cullis-Suzuki)’는 물론 스웨덴 소녀 ‘그레타 튠베리(Greta Thunberg)’도 전 세계를 향해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친환경주택이 품어야 할 가치와 의미

현재 지구는 중병을 앓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구 평균온도가 1℃ 오른 상태이다. 향후 0.5℃ 더 상승하면 인간의 기술과 능력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인류생존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게 전 세계 석학들의 경고이다. 식량 위기는 물론 그린란드 동토와 바닷속 메탄가스 분출, 슈퍼태풍과 홍수 급기야 새로운 빙하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운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결과로만 놓고 보면 지구에서 더이상 인간이 살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는 먼 미래의 후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가족들에게 닥칠 이야기이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욕심과 과소비로 이러한 위기가 비롯되었으며, 실제적으로는 집과 건축으로 인한 원인 역시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행히 독일에서 보급되기 시작한 패시브하우스와 보다 적극적인 기술의 제로에너지하우스를 통해 에너지 절약을 위한 건축이 시도되고 있다. ‘고도의 기밀과 단열 그리고 기계식 환기인 열회수환기장치’가 핵심적인 기술 키워드이다. 이를 통해 환경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하고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한다는 기술 중심의 주택이 보급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기후위기는 인간의 과소비에서 비롯된 문제인데, 그 해결 과정에서 인간의 노력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비닐 뽁뽁이를 몸에 감고 인공 호흡기를 달았으니 따뜻하고 깨끗한 공기만 제공되면 그만이라는 주장을 듣는 느낌이다.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환기를 위해서 사람이 직접 창문을 여닫으며, 과소비를 유발하는 불필요한 건축장식에 대한 의식 변화가 수반되는 인간 참여형 기술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환경 회복을 위해서 모든 사람들이 일상적인 건축환경 속에서 참여와 실천이 가능한 공간적 구성이 필요한 것이다. 굳이 비싸지 않아도 되는 집, 불필요한 장식이 아닌 진실된 조형성을 갖춘 집, 환경을 생각하고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강한 집, 기계를 통해서가 아닌 인간 스스로 자연과 교류하는 집, 그러한 집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주택이 아닐까?

그 노력의 일환으로 필자 역시 자연환기형 친환경주택에 천착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공간 구성을 위해서 다양한 기능이 집약된 코어형 친환경주택 등 여러 계획과 설계안을 시도하고 있다. 자연환기형 친환경주택의 향후 행보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이규환 _ ㈜그린포럼건축사사무소

이 글을 쓴 이규환 씨는 대한민국 건축사로, ㈜그린포럼건축사사무소 대표를 맡고 있다.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회, 국토교통부 녹색건축물인증 운영위원회, 문화연대 공간환경위원회 등의 운영위원을 역임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환경부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www.greenpassivehouse.co.kr

구성_ 편집부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6월호 / Vol.268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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