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노사, 불붙은 논쟁.."업종구분 절실" vs "착취그만"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 중인 최저임금위원회 노사가 22일 최저임금 결정 단위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놓고 본격적인 설전에 돌입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결정단위와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은 법정 최저임금 심의 기한을 불과 1주 앞둔 시점이지만, 노사는 지난 3차례 회의에서 최저시급에 월 환산액을 병기할지 여부조차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을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려는 목적에서 월 환산액 병기를 주장한다. 반면 경영계는 이를 무력화하고자 시급 단일 표기로 맞서고 있다.
업종별 차등은 경영계에서 강하게 요구하는 안이다. 사업 종류와 사업장 규모 등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저임금법에 엄연히 규정된 내용이지만, 실제 적용된 적은 최저임금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분류를 나눈 경우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이에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법정 심의기한이 1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종류별 구분과 같이 최저임금 제도 취지와 무관한 불필요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참으로 아쉽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최저임금 사업 종류별 구분적용은 특정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로 이어져 노동력 감소와 또 다른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며 "관련된 논의로 심의기한을 지연시키기보다는 본격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 수준 논의를 시작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또 "앞으로 본격적 경기 회복으로 올해 높은 임금 인상이 전망된다"며 "이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의 생명줄인 최저임금이 저율로 또다시 인상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소득 양극화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에게, 더 이상 어디까지 착취할 생각이냐고 묻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힐난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미 노동현장에는 국적과 인종, 장애유무, 사업장 규모, 성별 등에 따른 차별이 심화돼 있다"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함에도 여전히 최저임금 업종·규모·지역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과 배제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 경총이) 최저임금 인상 요인이 전혀 없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로 주장하시더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 대국에 걸맞게 구시대적인 저임금 노동자 착취는 이제 그만 하시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사용자위원은 지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업종별 차등과 시급 단일 표기를 지난 번보다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오늘 업종별 구분 등 최저임금 관련 본격 회의가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여전히 숨쉬기 어려울 만큼 어렵다"고 지적했다.
류 전무는 "최저임금의 일률 인상으로 최저임금 미만율의 업종 간 편차가 40%를 넘고 있다"며 "업종별 구분 적용이 어느때보다 절실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간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인상됐다"고 덧붙였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은 "단위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시급과 월급을 병기하게 되면 이 둘 모두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해묵은 논쟁을 되풀이하는 것이지만, 주휴수당 문제는 꼭 언급하고자 한다"며 "주휴수당은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약정한 근로시간을 보상하는 제도로, 주휴수당 포함 시 최저시급은 1만640원을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모두 왜 일하지 않은 시간까지 임금을 줘야하는 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가 많아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며 "우리 위원회에서 주휴수당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어렵지만,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감안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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