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월환산 병기·차등적용 두고 노사 곳곳서 격돌

최정훈 2021. 6. 22.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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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결정 단위·구분 적용 등 논의
경영계 "주휴수당 폐지해야..업종별 차등 적용도 필요"
노동계 "업종별 구분은 최저임금 취지 어긋나"
24일 노동계, 최초 요구안 발표..'1만원 이상' 전망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는 최저임금 요구안 제시를 앞두고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충돌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최저임금 결정 단위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 노사는 서로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2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4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왼쪽부터),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 월환산 병기·업종별 차등적용 등 곳곳서 충돌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전원회의는 지난 15일 제3차 전원회의 이후 일주일만이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인 오는 29일까지 일주일을 남겨둔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최저임금 결정 단위와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최저임금 결정 단위는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재 최임위는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결정하고 월급을 병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인 8720원에 월 환산액은 182만 2480원을 병기하는 식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월급의 병기를 반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월 환산 기준인 월 근로시간 209시간에 유급주휴시간이 포함하고 있는데 경영계는 주휴시간을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시급을 산정할 때 근로시간에서 주휴시간을 빼면 같은 임금을 주고도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사용자위원측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주휴수당은 실제 근로시간이 아니라 약정한 근로시간을 보상하는 제도로 월급에 포함하고 있다”며 “주휴수당 포함하면 최저시급은 1만 640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모두 ‘왜 일을 하지 않은 시간까지 임금을 줘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며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 증가 많아지는데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전했다.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도 격돌했다. 경영계는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은 최저임금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2개 업종 그룹을 설정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 적이 있다. 그 이후에는 전 업종에 단일 임금을 적용하는 방식을 유지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도·소매, 숙박음식업, 서비스업과 중소 영세기업 등 소상공인은 여전히 어렵고, 최저임금의 일률적 인상으로 인해 최저임금 미만률의 업종 간 편차도 40%를 넘고 있다”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근로자위원측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 사업의 종류별 구분적용은 특정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로 이어져 노동력 감소와 또 다른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며 “노동시장 양극화도 심화시키는 것으로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취지에 역행한다”고 설명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최저임금 업종별, 규모별, 지역별로 구분 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2018년 노동부 최저임금제도개선TF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으로 결론이 난 내용”이라며 “오히려 대기업과 재벌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비롯한 불공정 거래로 인한 손실들을 또 다시 저임금, 중소영세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노동계, 1만원 이상 인상 요구 예고…경영계 ‘동결’ 전망

한편 오는 24일 열리는 제5차 전원회의에서 양대노총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은 1만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주노총은 이번 공동요구안을 전년도 1만770원보다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코로나 특수를 누린 대기업의 민간사업장에서는 10%에 육박한 임금인상이 결정되고 있다”며 “최저임금이 1.5% 저율 인상에 그쳐 노동시장 내 임금격차가 더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 요인이 전혀 없다는 논리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고 필요하면 TV토론회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서로 주장을 검증해야 한다”며 “OECD 경제대국에 걸맞게 구시대적인 저임금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방식은 중단하고 중소영세사업장,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총는 지난 20일 최저임금 주요 결정기준 진단을 통해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에 비해 최소한 인상 요인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에 규정된 기준인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 등 4대 기준과 △지불능력을 포함한 각종 통계 지표를 살펴봤을 때, 내년 최저임금을 올릴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1년 전과 같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류 경총 전무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최저임금 증가율 대비 매우 낮다”며 “최근 3~5년 보아도 그간 최저임금은 노동생산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인상됐다. 이에 최저임금 수준 측면에서 안정적 기조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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