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활개 치는 배달앱.. 점주들, 개선 필요성 제기

이강진 2021. 6. 22. 1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리뷰·별점' 제도 영향력 절대적
점주들, 블랙컨슈머 무리한 요구 받아들일 수밖에" 지적
골목상권 업체 사장 74.3% "리뷰가 주문에 영향"
협의회, '점주 대응권 강화'·'객관적 매장 평가 기준 마련' 등 촉구
정의당 배진교 "법제화를 통한 '악성 리뷰' 규제 필요"
사진=연합뉴스
배달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음식 업체를 평가하는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성소비자)를 양산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치권에선 ‘악성 리뷰’에 대해 가중처벌하고, ‘대가성 리뷰’ 작성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 발의와 관련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참여연대 등은 22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별점 테러, 악성 리뷰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블랙컨슈머의 급증은 배달앱의 리뷰 및 별점 제도와 무관하지 한다”면서 “불공정·불합리한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배달앱 내 업체 리뷰·별점은 앱 사용자들이 메뉴 및 음식점을 선택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배달앱을 이용한 주문이 급증한 가운데, 점주들은 배달앱 내 리뷰·별점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종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리뷰와 별점 평가 제도는 거리나 배달료의 차이, 할인 이벤트 등 기존의 매장 선택의 기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매출에도 절대적”이라면서 “효과보다 ‘배제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악성 리뷰나 별점 테러 등으로 인한 매출의 급격한 하락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의당 6411민생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4월16일부터 한 달여간 수도권 자영업자 183명을 대상으로 배달앱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골목상권 업체 사장들의 74.3%가 ‘배달앱 리뷰가 주문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3분의 2 가량은 별점 테러나 악성 댓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들은 이처럼 배달앱 내 리뷰·별점의 위상이 엄청난 데 반해 점주들이 악성 리뷰 등을 게시하는 블랙컨슈머들에게 대응할 수단은 미비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등은 “현재 배달앱은 블랙컨슈머를 방치, 방관, 양산하는 구조라고도 볼 수 있다”면서 “배달앱이 소비자의 리뷰와 별점을 중심으로 매장을 평가하다 보니, 매장평가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버린 리뷰·별점 제도를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에게 점주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는 점주들이 소비자들의 무리한 요구까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결국 블랙컨슈머들이 배달앱 내에서 활개 치는 ‘악순환’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 등 음식 배달앱의 리뷰·별점 제도가 블랙컨슈머(악의적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단체들은 배달앱 ‘쿠팡이츠’의 경우, 소비자가 작성한 리뷰에 점주가 댓글을 달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왜곡·허위 리뷰에 점주가 대응할 수단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비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리뷰·별점으로 매장을 평가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 것만큼 배달앱을 통해 생계를 영위하는 점주를 블랙컨슈머로부터 보호하는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며 “특히 허위 및 악성 리뷰는 매출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점주 방어권 보장의 제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현행 리뷰·별점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악성리뷰에 대한 삭제 및 블라인드 처리, 리뷰에 대한 점주의 댓글 작성 지원 등 ‘점주 대응권’ 강화 △객관적인 지표인 재주문율·단골고객 점유율 등을 별점 평가 제도에 가산하는 등 객관적인 매장평가 기준 마련 △배달플랫폼과의 상생협약 △환불 규정 정비 등 가이드라인 마련을 제안했다.

정의당은 이같은 배달앱 내 리뷰·별점 제도와 관련한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악성 리뷰에 대해선 ‘가중 처벌’하는 등의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고의로 다른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인정되는 악성 리뷰의 경우에 가중 처벌하고, 대가성 리뷰의 작성과 그 중개에 대해서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배달앱 리뷰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리뷰 문제가 심각해지자 배달의민족, 요기요, 네이버 등이 자체적으로 이런 악성 리뷰를 없애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는 있지만, 이를 업체의 노력에만 맡기기보다는 법제화를 통한 규제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대가를 받고 리뷰를 작성하거나 중개하는 행위, 허위 리뷰 및 악의적 리뷰를 금지하고 이를 어겼을 시 처벌하는 것, 그리고 예방하기 위해 플랫폼 업체에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아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냈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이츠는 이러한 문제 제기와 관련해 ‘점주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기환 쿠팡이츠서비스 대표이사는 “일부 이용자의 갑질과 무리한 환불 요구, 악의적 리뷰 등으로 피해를 본 점주 여러분께 적절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객상담을 비롯해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쿠팡이츠는 악성 리뷰에 대해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아 해명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악성 리뷰의 노출 차단(블라인드 처리)을 위한 신고 절차 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